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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약했던 쇼트트랙, 박승희가 희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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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자료사진=대한체육회)

 

쇼트트랙은 한국의 동계올림픽 효자 종목이다.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 금메달만 19개를 땄다.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양궁(19개)과 같은 기록이다.

그런 쇼트트랙에서도 유독 약했던 종목이 있다. 바로 500m다.

그동안 총 19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500m 금메달은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남자부 채지훈이 전부였다. 특히 남자부에서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안현수의 동메달,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성시백의 은메달이 나오긴 했지만, 여자부에서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전이경의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500m는 스타트 순위가 레이스 끝까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선천적인 순발력이 필요한 종목이다. 게다가 초반 선두 자리를 잡기 위해 가장 몸싸움이 치열한 종목이 바로 500m다. 후반 추월에 강하고, 체격 조건이 열세인 한국에게는 다소 어려운 종목이었다.

물론 남자부에서는 성시백이 세계신기록까지 쓰는 등 500m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지만, 여자부는 500m와 거리가 있었다.

실제로도 500m가 아닌 1000m와 1,500m, 그리고 계주에 집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스타트 보완에 나섰다. 특히 박승희(22, 화성시청)는 전문가들로부터 "순발력이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으며 500m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AP통신도 박승희를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목했다.

그리고 13일(한국시간) 열린 500m 결승. 준결승을 전체 1위(43초611)로 통과한 박승희는 스타트라인 가장 안쪽에 섰다.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한 박승희는 출발 총성과 함께 번개 같이 달려나갔고, 두 번째 코너를 돌기 전까지 선두로 달렸다. 한국 쇼트트랙의 약점이었던 스타트를 완벽하게 보완한 모습으로 여자 500m 첫 금메달을 향해 질주했다.

하지만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의 무리한 인코스 진입으로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크리스티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충돌이 박승희에게도 닿았다. 게다가 보호벽에 부딪힌 뒤 재빨리 일어났지만, 마음이 급한 나머지 다시 넘어졌다. 그 사이 폰타나가 박승희를 앞질렀다.

박승희는 끝까지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고, 크리스티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6년 만의 여자 500m 메달. 무엇보다 500m에서도 금메달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더욱 값진 동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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