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때 현장을 탈출했지만 다시 뛰어들어가 후배들을 구조했던 고 양성호 학생. 부산 CBS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때 한 학과 학생회장이 탈출했다가 다시 후배들을 구하러 들어갔다 숨진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8일 부산외대와 유가족에 따르면 미얀마어과 학생회장 양성호(25.4학년)씨는 체육관 천장이 무너지자마자 창문을 깨고 후배들을 탈출시켰다.
하지만, 체육관 천장이 폭삭 무너지고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양씨는 다시 사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양씨는 일차적으로 탈출한 후배들을 안정시킨 뒤 무너진 철골 틈으로 들어가 입구에 있는 학생들에게 "뛰어, 조금만 버텨"라고 외치며 필사적으로 구출했다.
이후 몇 분 만에 철골이 내려앉으면서 그는 끝내 자신은 빠져나가지 못했고, 사고 발생 몇 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양씨의 시신이 안치될 예정인 부산침례병원 장례식장에는 유가족과 친구들의 오열로 가득 찼다.
양씨의 주변 사람들은 해병대 출신인 그가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정의로웠다고 입을 모았다.
그가 행사에 참석하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사회 선배 신성민(28)씨는 "양씨는 길을 지나가다가도 싸움이 벌어진 상황을 마주하면 절대 지나치지 하고 약자 편에서 도와줄 정도로 정의로웠다"고 말했다.
18일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사망한 부산외대 학생들의 친구들이 임시 빈소가 마련된 울산 북구 21세기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슬픔에 빠져 있다. 사진=송은석 기자
또, 신씨는 "양씨가 해병대에 제대한 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1년간 휴학하고 온갖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학비를 마련해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며 "학생회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학생활을 멋지게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많은 고민을 털어놨었는데 이게 마지막이 될지 몰랐다"고 한탄했다.
양씨는 부산 용당여성의용소방대장인 하계순(52)씨의 1남 1녀 중 장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남부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 입대한 어머니 하씨는 14년간 남부소방서 관내의 각종 재난현장을 지킨 공을 인정받아 지난 연말에는 소방방재청장 표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