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0일 우크라이나 정국 위기가 계속될 경우 지난해 우크라에 약속한 차관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기존에 한 합의들을 이행하도록 노력할 것이지만 충분한 협력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정부도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파트너들과 이전에 합의한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그러나 동시에 이를 위해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합법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하며 신발을 닦은 걸레 같은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과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권력기관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럴 때만 전면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정국 위기를 수습하지 못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말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 대통령에게 약속한 차관 지원을 미룰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야누코비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우크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가를 30% 이상 인하하고 우크라이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150억 달러의 차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럽연합(EU)과의 통합 과정을 보류한 우크라이나를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심 공세의 하나였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차관 지원 2차분 20억 달러(1차분 30억 달러는 이미 제공)를 이번주 안에 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추후 우크라이나 정국 상황을 봐가며 결정하라는 지시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유혈 사태 중재를 위해 블라디미르 루킨 인권담당 특사를 키예프로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으로 푸틴 대통령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며 "통화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야권과의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러시아 대표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루킨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루킨 특사는 외교 경험이 풍부하며 인권운동가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고 거대 야당을 지도한 경험도 있다고 페스코프는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