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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법칙' 권칠인 감독 "억눌린 여성성 느낌표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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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 여성문제 조감독 때부터 관심…"표준근로계약서 첫 영화 뿌듯"

 

50대 남자 감독이 40대 여성의 성과 사랑에 관한 영화를 찍었다. 바로 '관능의 법칙'의 권칠인 감독(54)이다.

권 감독은 대표작 '싱글즈'를 비롯해 '뜨거운 것이 좋아' '참을 수 없는' '원더풀 라디오' 그리고 '관능의 법칙'까지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꾸준히 찍어왔다. 데뷔작 '사랑하기 좋은 날'도 계속 엇갈리는 남녀의 인연을 그린 멜로영화였다.

충무로에서 여자영화를 지속적으로 찍는 유일한 감독이라고 할수 있다. 어떻게 이런 필모그래피를 갖게 된 걸까?

권 감독을 만나본 결과 이는 우연과 필연의 결과물로 느껴졌다. 자신을 생계형 감독이라고 밝힌 그는 여성 이야기를 특별히 고집한 것은 아니나 지금처럼 풀린 모양새였다.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의 삶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은 확실해보였다.

혹시 관능의 법칙을 40대 남자 버전으로 찍어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관심없다"고 답했다.

권 감독은 "과장된 코미디로 풀지 않는 한 진짜 생활드라마가 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도 안될 거 같고 그보다는 10년 뒤 엄정화와 다시 만나 50대 여성의 성과 사랑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어떻게 여자영화를 계속 찍게됐나?

"돌아가신 박철수 감독의 '안개기둥'(1986)이라고 충무로에서 여성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작품이었다. 그때 조감독을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해 힘겹게 차기작을 준비하다 "여배우들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전도연 고소영 심은하 중 두명만 캐스팅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여성소재 영화를 준비했고,자료조사를 하다 싱글즈의 원작인 '29세의 크리스마스'를 알게됐다.

준비하던 이야기와 너무 유사해 원작을 사서 하기로 결정했다. 뜨거운 것이 좋아는 싱글즈에 대한 미진함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다. 제게는 싱글즈의 보정판이다. 기본적으로 생계형 감독이다보니까 빨리 들어가게 된 작품을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 근데 (여자 이야기가) 재미있다."

관능의 법칙은 싱글즈의 40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싱글즈 때와 다르게 접근한 면이 있다면?

"마흔을 불혹이라는데, 솔직히 그건 2000년전 공자님 말씀이다. 자연수명이 마흔일때고, 자기깨달음보다는 지켜야할 규범에 가깝지 않았나. 세상이 달라진 지금 굳이 그것에 얽매일 필요가 있나. 마흔에도 욕망해도 괜찮아!

대다수의 40대 여성이 자신보다 자식이나 남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데, 이는 대리만족이 아닌가. 그게 사교육이나 한때 부동산 열풍으로 드러났다고 보는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타인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삶을 살아라!"

유쾌한 분위기의 싱글즈와 달리 세 여자의 나이로 인해 유쾌하면서도 씁쓸함이 묻어난다.

"싱글즈를 하면서 심각한 장면도 유쾌하게 처리하려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으나 아무래도 극중 조민수가 암에 걸린다든지 그런 상황으로 인해 유쾌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암을 선고받고 가는 길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서 엉엉 울고 "김여사"라고 항의를 받는다든지, 조민수가 두 친구와 거실에서 맥주 마시면서 "불타는 연애하고 싶었는데 내가 불타죽게 생겼다"고 말하는 장면을 넣어 유쾌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결말도 원작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바꿨는데, 가뜩이나 현실이 우울한데 그 우울을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위안 내지는 위로이길 바랐다. 마치 기댈 어깨를 내주거나 허그를 한 상태에서 토닥토닥 다독이는 느낌이길 바랐다."

관능의 법칙은 2012년 제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수아 작가의 동명 시나리오를 영화화했다. 원작에서는 남편이 바람난 커플인 문소리-이성민 부부는 이혼하고, 엄정화의 연하남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좀 더 현실적인데, 희망을 주는 결말로 가자는 제작사의 의견에 저도 동의했다"고 비교했다.

 

엄정화의 "우리 나이에 남자가 쫒아오면 퍽치기다"라는 대사에 배꼽 잡고 넘어간 사람들 많다. 조민수가 딸에게 "혀로 국간만 보고 산 게 20년이야. 내 혀도 간 보는 거 말고 다른 것 좀 맛보고 살면 안되니?"등 발칙하나 공감되는 대사가 많은데, 어떻게 원작을 잘 살린것인가? 작업하면서 추가된 부분이 있다면?

"6-7할은 대본에 있었다. 전 배우 의존도가 높고 현장도 많이 열어놓는 편이라 우연과 인연이 겹쳐서 완성됐다. 일례로 문소리가 이성민과 잠자리에서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데 그건 문소리 아이디어였다. 남편의 발을 지압해주면서 혈자리를 읊는데 문소리가 슛 들어가기전에 휴대폰에서 찾아 외우고 있더라.

이성민이 문소리에게 "우리는 검은머리 파뿌리되도록 사랑하겠냐고 하지만, 인디언들은 사랑이 사라질때까지 사랑하겠냐고 묻는다고 하잖나"라고 말하는데 이경영 배우가 막걸이 먹으면서 해준 말을 제가 사용했다. 결혼을 원하는 조민수에게 이경영이 하는 "살아보니까 결혼은 생활의 방식이지 사랑의 방식은 아닌 거 같아요"는 예전부터 제가 꼭 한번 영화에 넣고 싶었던 대사였다.

결혼은 생활의 방식이지 사랑의 방식이 아니라는 대사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안그래도 최근에 관객과의 대화에서 결혼관을 밝혔다가 혼이 났다. 결혼은 사랑의 절정의 순간에 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다가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때, 타협안이 결혼아니냐고 했거든.(웃음) '우리 결혼하고 각자 성에 대한 독점권은 인정하고, 덜 사랑해도 용서하자' 뭐 그런. 보통 결혼하면 불타오르는 감정이 멈춰지는게 있다. 잡은 고기에 떡밥주냐는 농담도 있잖나. 육아라든지 결혼을 함으로써 유용한게 많은데, 그런 측면에서 생활이 아닌가."

대장암 수술을 한 조민수가 이경영과 섹스를 하려다 의료용 폴리백이 터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놀라움이 뒤섞인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제가 이 영화에서 힘을 싣고 싶었던게 조민수와 이경영 신이었다. 특히 그 장면은 갈등과 해소가 있는 극적인 장면이다. 도종완 시인의 시를 영화화한 박철수 감독의 '접시꽃 당신'(1988)에서 조감독을 했다. 그때 아내에게 병에 대해 차마 말못하다 지방에 가서 시를 읽어주는데, 이보희가 그런 남편을 끌어들이고 적극적으로 섹스를 한다. 마치 난 살아있다고 말하듯. 그 장면이 너무 좋아서 저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조민수씨가 언론시사 기자간담회에서 그 정사신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었다.

"촬영에 앞서 의견이 분분했다. 암수술하고 폴리백 차고 있는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 섹스하는게 가능하냐, 이상하지 않냐, 주로 남자들이 그랬고 오히려 여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여성성의 회복, 살아있음의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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