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푸틴에 당하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수순이 가시화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군대에 원대복귀 명령을 내렸고 크림과의 합병 계획도 없다"는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긴장을 풀고 있다가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오는 16일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한데에는 러시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푸틴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술에 미국과 유럽이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 큰 문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미국도 유럽연합(EU)과 함께 이를 인정치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푸틴의 패권확장 드라이브를 제어할 '힘'이 없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과 함께 추진중인 다각도의 제재는 실제로 큰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거나 경제적 협력관계가 크기 때문에 제재에 적극 동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수성향의 미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7일(현지시간) 티파티연합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유럽이 별로 제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이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사실상 반대하고 나서면서 제재 드라이브는 더욱 둔화되는 느낌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과의 외교대결에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시리아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개입을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다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푸틴의 외교적 중재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시리아 사태는 외교적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악화됐고 푸틴의 지원을 받은 아사드 정권의 수명만 연장되는 결과를 낳았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7일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양보적 자세'를 보인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크라우트해머는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행정부때 '표류'하던 미·러 관계를 '리셋(재설정)'한다는 정책을 내걸었다"며 "그러나 양국관계가 표류했던 것은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 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오바마는 아무런 대가도 얻지 못한 채 그냥 새출발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