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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아프리카 '노예' 박물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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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측, '퇴사자 보상 문제 해결' 약속 외면

 

이주노동자 착취로 '설국열차 꼬리칸' 논란을 빚었던 '아프리카 예술박물관'이 애초 약속했던 퇴사자 보상 문제 해결을 미루면서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10일 CBS노컷뉴스의 <與사무총장 '아프리카="" 노동자="" 착취'="" 논란'=""> 보도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이 알려지자 박물관 측은 이틀 만에 부랴부랴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에는 "박물관은 이외에도 먼저 퇴사한 4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취하여 원만한 출국과 그간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한다"고 명시됐다.

이들 4명의 퇴사자는 다른 8명의 부르키나파소 노동자들과 함께 지난 2012년 봄 박물관에 취직했던 노동자들이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인 마리아(Maria Agnes·24) 씨는 CBS노컷뉴스의 취재결과 공연 중에 무릎을 다쳤는데도 박물관 측이 치료도 보장해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마리아 씨가 춤출 수 없다는 이유로 월급 절반을 깎고 '인간 조각상' 역할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겨울에도 웃통 벗고 일해… 귀에서 피가 흘러도 연고만 줘"
마리아 씨의 사연을 CBS노컷뉴스<아프리카박물관, 치료="" 막고="" 월급="" 절반="" '싹둑'=""> 보도로 알리자 그동안 숨죽이며 지냈던 다른 퇴사자도 하나둘씩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박물관에서 일하다 다쳤는데도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박물관 측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디다 못해 도망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박물관을 떠났던 다우다(Karama Mankohai Dao-uda·27) 씨는 "일하다 무릎을 다쳤을 뿐 아니라 쉴 틈없는 공연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귀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우다 씨는 "공연이 끝나면 고통을 참지 못해 그대로 쓰러질 지경이었다"며 "하지만 박물관은 병원에는 보내지 않은 대신 아픈 곳에 바르라며 연고제만 줬다"고 주장했다.

칼리바스(Calebass)라는 타악기를 연주하던 에르만(Ouedraogo Wendinbou de Hermane·35) 씨는 "추운 겨울에도 아프리카 의상을 입으라며 겉옷을 벗고 야외에서 공연하라고 했다"며 "박물관 건물을 다시 지을 때에는 근로계약서에도 없는 잡초나 돌을 뽑는 일까지 동원됐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합의서를 작성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박물관 측은 퇴사자 보상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민주노총 측이 지난 11일 "합의 정신에 따라 앞선 이주노동자들과 같은 기준으로 보상해달라"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여전히 박물관은 아무런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황급히 박물관을 빠져나온 뒤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멍에에 묶여 힘겹게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퇴사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마리아 씨는 "문제를 제기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박물관 측은 우리를 모른 척하고 있다"며 "우리는 항상 노예였다. 이제 우리에게서 노예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했다.

 

◈박물관 "말도 없이 도망갈 땐 언제고… 사과할 것 사과하면 해결하겠다"

여론이 들끓자 한껏 몸을 낮추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다짐했던 박물관 측은 이제 "사과 없이 보상 없다"는 고압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김철기 박물관장은 "아무 얘기 없이 도망가놓고 공문 한 장으로 바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황을 확인하고 의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또 퇴사한 노동자들의 부상에 대해서는 "가혹행위가 있던 것처럼 말하는데 원래 지병이 있었을 수도 있고, 직업병 수준일 수도 있다"며 "본인들이 와서 사과할 건 사과하면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물관 측의 성실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박진우 이주노조 담당자는 "홍문종 이사장이 사퇴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이사장 재직 당시 일한 사람들"이라며 "사과와 사퇴로 책임까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전 박물관 이사장과 김철기 박물관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여론이 잠잠해지자 박물관 측이 약속했던 퇴사자 보상 문제 해결을 외면하면서 그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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