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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기대효과 '어벤져스2', 영화인들이 씁쓸한 몇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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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이미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에 대다수의 시민들이 한껏 들뜬 분위기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개봉돼 '아바타' '타이타닉'에 이어 할리우드 역대 흥행순위 3위에 올라있는 '어벤져스'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700만 관객이 봤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이 등장하는 ‘아이언맨’ 시리즈는 총 3편 합해 1780만 관객이 본 흥행작이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면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대미문의 대형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은 커 보인다.

한 영화 제작자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반겼다. 그는 “어린 시절 영화 속 각국의 도시를 접하면서 그곳을 동경했다”며 “우리나라 서울도 그런 영화 속 공간이 됐다”고 이번 촬영의 상징적 의미를 짚었다.

한 30대 남성은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촬영된다니 놀랍다”면서 “의도치 않게 카메라에 걸려 대박이 나는 가게라든지 그런 영화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즐거워했다.

한 40대 남성도 “007 시리즈에서 북한을 야만국처럼 묘사한 경우처럼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관계 기관들은 이번 어벤져스2 촬영으로 ‘2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 원에 달하는 홍보효과,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1년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을 시행한지 4년 동안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이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로케이션 결과가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체면을 세운 것이다.

◈ 한국영화산업 경쟁력 누가 키웠나

하지만 정작 영화계 내부에서는 어벤져스2 촬영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는 이 영화를 둘러싼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파격적인 지원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마포대교 전면통제다.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개통된 이후 단 한번도 10시간 넘게 한강다리를 전면통제한 사례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이 얼마나 대대적인 지원인지 알 수 있다.

어벤져스2는 또한 인센티브 제도에 입각해 제작사가 제작인정비용의 30%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어벤져스2는 한국에서 14일 촬영하는 제작비용으로 100~130억 원을 잡았다. 결국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는 최소 30억 원을 환급받게 되는 것이다. 한국 상업영화 1편의 평균 제작비에 준하는 금액이다.

물론 인센티브제도는 다른 국가에서도 시행하는 사업으로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싱가폴은 무려 50%를 환금해주며, 뉴질랜드 호주는 최대 40%, 대만은 30%, 캐나다는 16% 돌려준다.

그렇다면 경찰청이 동원된 대대적인 교통 통제에 따른 기회비용은 어떻게 환산해야 할까. 영화인들이 느끼는 씁쓸함은 여기에 있다.

한국영화가 대자본의 할리우드 영화와 겨루며 자체 경쟁력을 키워오는 동안 이번 어벤져스2와 비교되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받아본 사례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1000만 영화로 기록돼있는 ‘태극기 휘날리며’(2003)의 경우 당시 제작환경과 지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영화는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소재로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원이 없어 제작진이 군모부터 탱크까지 모두 자체 제작했다.

서울 도심을 본격적으로 잡아낸 영화로 손꼽히는 흥행작 ‘감시자들’(2013) 제작진은 당시 서울 거리 곳곳을 찍기 위해 얼마나 발품을 팔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는지 모른다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사극은 또 어떤가. 1000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경복궁과 창덕궁 등지에서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고증이 맞지 않는다고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영화계는 정부의 유연성 없는 사고에 아쉬움을 표했다.

◈ 한국영화인, 할리우드와 경쟁하느라 힘들다

어벤져스2 양해각서 체결식(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한 영화 스태프는 “정부가 지금껏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준 영화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게다가 강남 테헤란로를 막고 찍는데 비용이 수십억 원이 드는데, 이걸 할리우드 제작사에서 돈을 받고 찍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돈을 주고 찍는다(인센티브제도)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며 “영화인들 사이에서 조소 섞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광고업계 조감독은 “교통통제를 하면 시민들이 20-30분에 한명씩 찾아와서 항의하는데, 어벤져스2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는 말로 교통통제의 어려움과 이번 경찰청 지원이 얼마나 많은 편의를 봐주는 것인지 드러냈다.

상업적 목적의 할리우드 영화에 국가적 차원의 환대는 지나친 호들갑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어벤져스2’가 우리나라에서 촬영하냐?”면서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들이 왜 왔는가? 한국시장의 수익성을 보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촬영하러 온 것이 아니냐"며 "그동안 일본, 홍콩 등에서 찍다가 이제 서울로 온 것인데 이렇게 유난을 떨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제작자는 또한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평소처럼 그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한국영화를 만들기 위해 내 영화나 잘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영화 제작자도 “‘어벤져스2’가 내년 4월 개봉하면 1000만 관객이 들 기세인데 이 경우 예상되는 흥행 수익 약 300억 원(1000만 관객 기준)의 돈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동시기 개봉한 한국영화는 전멸할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쌍수 들고 환영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씁쓸해했다.

한 영화인은 "도대체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누가 키웠냐"고 되물으며 "이번 ‘어벤져스2’ 촬영으로 인해 국가 브랜드 가치가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한국영화가 배출한 세계적 감독들이나 배우들, 제작자가 높인 한국영화의 위상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지 궁금해졌다"고 전했다.

이 영화인은 또한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영화인들을 차에 태워 강남 테헤란로에서 카퍼레이드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며 "어벤져스2가 우리나라에 촬영을 하게 된 것도 그렇게 문화적으로 높아진 위상, 한국영화관객이 키운 영화시장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국내 스태프 일자리 창출’ ‘선진 영화제작 노하우 경험’등 한국영화산업에 끼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영화인은 “청소하고, 차 막고, 한국영화 찍을 때 보다 스태프들 보수가 더 많은 것도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어깨너머나마 현장을 지켜보고 싶어 다른 일도 거절하고 이번 촬영에 지원한 스태프들이 있다는데 막상 현장은 구경도 못하고 통제 등 단순 업무한 수행하게 돼 실망스럽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부디, 이번 촬영 계기로 한국영화에도 구체적 지원 있길"

영화인들은 긍정적인 효과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이 바뀌길 바랐다.

저예산영화를 다수 제작한 한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영화에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해주고 있는데 좋은 사례라고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다만 이게 전시행정에 그치지 말고 영화란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서 한국영화 제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끼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촬영장소가 없으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한계가 따른다. 단지 그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하지 말고 모든 영화가 다 소중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외화건 한국영화건 큰 영화건 작은 영화건 고르게 지원해주면 좋겠다.”

한 제작자도 “기존 한국영화와 비교할 수 없는 대대적인 지원은 맞다”면서도 “긍정적인 면도 있으니 단순비교하기보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정부나 관계기관에서 촬영지원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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