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자료사진/노컷뉴스]
나관중의 역사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맹장 관우의 '오관육참(五關六斬)' 이야기는 유명하다. 조조의 품을 떠나 유비를 만나기 위해 다섯 관문을 지나면서 여섯 장수를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본인 스스로 '꿈의 무대'라고 정의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향한 손흥민(22·레버쿠젠)의 질주가 거침 없다. 누군가 앞 길을 막는다면 하나도 남김없이 물리칠 기세다.
손흥민은 20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14-2015 유럽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코펜하겐을 상대로 전반 42분 승부의 균형을 깨는 결승골을 터뜨려 레버쿠젠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2-2로 팽팽한 전반 42분 후방에서 건너온 패스를 받아 드리블을 한 뒤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에서 힘을 빼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다이빙을 시도한 골키퍼를 지나 왼쪽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록 본선 무대는 아니지만 어쨌든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통산 1호 골이다.
손흥민은 지난 해 레버쿠젠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 출전, 도움 2개를 올렸지만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를 떠나 레버쿠젠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는 레버쿠젠이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반드시 밟아보고 싶은 무대로 챔피언스리그를 꼽았다.
올해 다시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티켓을 땄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과의 최종전에서 결승 헤딩골을 넣었고 레버쿠젠이 승점 1 차이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낼 수 있었다.
당시 독일 언론 '빌트'는 레버쿠젠이 손흥민의 활약 덕분에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며 팀을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올려놓은 손흥민을 극찬했다.
손흥민에게는 첫 관문 통과에 불과했다. 두 번째 관문 통과도 거침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레버쿠젠의 2시즌 연속 본선 진출의 가능성을 끌어올린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면서 또 한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