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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감독' 이동남의 따뜻한 이상과 냉혹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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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러운 감독이 되겠습니다' KGC 이동남 감독 대행은 올 시즌 불안한 자리에 대한 재야 인사들의 호시탐탐 야욕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소신껏 시즌을 치러내겠다는 다짐이다. 사진은 지난 21일 전주 KCC전을 앞두고 김성철, 박상률 코치(왼쪽부터) 등과 함께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2014-2015 KCC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창원 LG의 경기가 열린 8일 안양실내체육관. 경기 전 이동남 KGC 감독 대행(39)은 최근 '지휘봉 흔들기'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최근 농구계에서는 고참급 지도자 출신 재야 인사들이 이 감독을 물러나게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대행 신분으로 입지가 불안한 만큼 이 감독에 대해 좋지 않은 평판을 쏟아내 경질되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이 감독의 역량과 전술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오세근, 양희종, 박찬희 등 국가대표 3인방을 보유하고도 중하위권에 처져 있다는 지적은 물론 전술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선수들의 잦은 교체에 대해서도 "주축들을 더 기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감독도 "그런 사정들은 들어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것도 이겨나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지적과 비판에 대해 할 말도 많다.

▲"선수들 땀에 기회는 줘야…주전도 쉬어야 한다"

KGC는 8일 현재 9승14패, 7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6위를 달리는 인천 전자랜드에 1.5경기 차다. 최근 외국인 선수 교체, 오세근의 부상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비판의 강도가 높다. 이 감독은 "우리가 이기는 날은 상대가 못 해서 이겼다고 하고 졌을 때는 집중포화가 쏟아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선수들이 누군가 팀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계속되다 보니 팀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잦은 선수 교체에 대한 말들이 적잖다. 모 농구계 인사는 "승부처에서 오세근이나 양희종 등을 빼더라"면서 "초보 감독의 용병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GC는 올 시즌 23경기에서 교체가 677번으로 서울 삼성(24경기 · 707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매 경기 30번 가까운 교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근아 좀 쉬어' KGC 이동남 감독 대행(가운데)은 오세근(오른쪽), 양희종, 박찬희 등 주전들은 물론 벤치 멤버까지 폭넓게 선수들을 기용하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자료사진=KBL)

 

하지만 이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선수 전원에게 고루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승리도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혹자는 '잘 하는 선수들을 많이 뛰게 해서 최대한 많이 뽑아내야 이길 수 있다'고도 하더라"고 했다.

그러나 곧이어 "하지만 비시즌 내내 고생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어떤 선수는 시즌 뒤 쉬다가 몸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다른 선수는 시즌 뒤 곧바로 훈련에 들어간다"면서 "그런 땀을 져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년 간 선수단 매니저로 뒤를 돌봐온 세월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연세대 출신 이 감독은 1999년부터 전신 SBS 매니저로 시작해 10년을 보냈다. 주전은 물론 후보들까지 뒷바라지를 하며 그들의 아픔과 설움을 몸으로 느껴왔다. 이후 사무국을 거쳐 2009년부터 코치를 맡아 지난 시즌 도중 물러난 이상범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벤치 멤버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주전들도 배려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주전들에 너무 의지하다 보면 체력 저하와 부상이 나올 수 있다"면서 "지금 당장이 중요하다고 쉬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화가 온다"고 말했다. 이어 "승부처에서 주전들을 뺀다고 하지만 조금 쉬게 하고 다시 투입한다"면서 "시즌 중후반 체력과 부상 안배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인들의 호시탐탐 '제 2의 문경은' 될까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감독 대행의 입지는 불안하기만 하다. 끊임없이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의 흔들기는 이어질 것이다. 한 농구 관계자는 "벌써부터 일부 감독과 코치가 패키지로 묶인 A, B, C 사단이 줄을 서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혀를 내둘렀다.

시즌을 끝까지 마친다 해도 6강 안에 들지 못하면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사령탑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지도력을 검증한 뒤 정식 감독으로 승격시키겠다는 게 구단 방침이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 시즌 뒤 감독 승격이 이뤄질 것이지만 워낙 최근 흔들기가 심하다"면서 "만약 아쉽게 7위에 그치거나 한다면 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동남아,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문경은 SK 감독은 지난 2011-2012시즌을 대행으로 치른 뒤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당시 취임식 모습.(자료사진=KBL)

 

사실 대행 체제는 시즌 중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시즌을 통째로 대행으로 치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물론 2011-2012시즌 서울 SK가 문경은 현 감독에게 대행을 맡긴 사례가 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신선우 감독(현 한국여자농구연맹 전무)을 이었다. SK 관계자는 "당시도 10여 명의 재야 인사들이 사령탑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SK는 대행 꼬리표를 떼고 문 감독을 정식 사령탑으로 앉혔다. 당시 시즌을 9위(19승35패)로 마쳤지만 가능성을 봤다. 이후 문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지난 시즌 3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고, 올 시즌도 2위를 달리고 있다.

'초보 사령탑' 이동남의 따뜻한 이상(理想)과 차가운 현실. 과연 그가 이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까. 또 그 이상을 얼마나 현실로 바꿔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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