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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신조어 '청년실신'…경제위기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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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⑤…'청년실신'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4년 12월 11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뉴스로 여는 아침. 매주 목요일은 검색어를 통해서 우리사회 트렌드를 짚어봅니다.

CBS노컷뉴스 변이철 기잡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 ‘검색어 트렌드’는 어떤 내용인가요?

= 예, 오늘은 요즘 대학가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통 받는 대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잘 드러낸 단어들입니다.

▶ 마음이 조금 무거워지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예 먼저 ‘자소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사지원서에는 꼭 자기소개서가 포함되는데요. 스토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마치 소설을 창작하듯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또 ‘동아리고시’라는 신조어도 있습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대학 동아리들은 마치 고시를 보듯 가입이 어려운 현실을 꼬집은 건데요.

서류전형은 물론 면접까지 거쳐야하는데도 경쟁률이 높은 곳이 많다고 합니다.

주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입사비결을 전수해주거나 기업 연계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취업 동아리들이 큰 인기라고 하는군요.

취업게시판 앞으로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윤성호 기자)

 

▶ 이제는 대학동아리도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치는 시대가 됐군요.

=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죠. 혹시 김덕기 앵커께서는 ‘인구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영국 경제학자 맬더스의 이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인구론’이 요즘 대학가에서는 ‘인문대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그룹이 지난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합격자를 발표했는데요. 주력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공계 합격자 비율이 85%에 달하는 등 25개 주요계열사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고등학교에서도 갈수록 이과 반만 늘어 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 그런데 어렵게 취업을 해도 요즘 청년들... 마음이 편치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생긴 신조어가 ‘열정페이’입니다. ‘열정’이라는 낱말에다 임금을 뜻하는 영어 ‘PAY’를 붙여서 만든 말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당신의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줄 테니 쥐꼬리 봉급은 감수하라” 뭐 이런 뜻입니다. 적은 돈을 주면서 인턴이나 계약직을 혹사시키는 기업을 꼬집은 말인 데요.

교육문화예술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비영리 예술재단들이 ‘전시회 무료 참여’를 종용하면서 예술가들을 착취하는 경우도 많고요.

최근 가요계에서는 ‘을’의 입장인 신인가수나 아이돌그룹이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거는 일도 빈번합니다.

대학사회도 문젠데요. 많은 연구실에서 조교나 대학원생들이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혹사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 그렇군요. 그리고 ‘돌취생’이라는 말도 있던데 이 건 어떤 뜻인가요?

=예 돌취생은 ‘입사 후 퇴사해서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사람’을 뜻합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 유경험자 가운데 62%는 첫 직장을 평균 15개월 만에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열악한 급여나 복리후생 수준도 한 요인이고요.

워낙 취업이 어렵다보니 ‘일단 붙고 보자’식으로 기업이나 직무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입사했다 그만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청년들이 차지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 지금까지 대학가 신조어를 살펴보니까 “취업은 힘들다. 설사 입사하더라도 열악한 대우로 고생길이다” 뭐 이렇게 정리가 되네요.

=그렇습니다. 이처럼 우리 대학생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신조어’가 바로 ‘청년실신’입니다.

‘청년’이라는 단어에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 글자를 딴 ‘실신’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청년실신’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습니다.

비싼 등록금 부담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졸업하자마자 바로 실업자로 전락해 빚에 허덕이는 상황을 묘사한 말입니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조사 결과인데요. 2030 성인남녀 약 40%가 사회진출 전 평균 1564만 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12.6%는 신용불량자가 된 경험도 있다는 군요.

대학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선 영국 대학생들(출처=RT 방송화면)

 

▶ 등록금. 참 답답한 문제인데요.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떤 가요?

=.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지금 지구촌 대학생들이 치솟는 등록금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먼저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달 대학등록금 철폐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대학지원금을 삭감하면서 연간 등록금 상한이 우리 돈으로 약 1500만 원으로 당초보다 3배나 올랐기 때문입니다.

또 영국 대학생들의 평균부채는 약 7500만 원....그리고 73%는 학자금 대출을 아예 못 갚는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도 지난달 ‘앞으로 5년간 등록금을 28% 올리겠다’는 안을 강행 처리해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졸업생들은 약 60%가 빚을 안고 있습니다. 평균 학자금 대출도 약 3000만 원에 달한다고 하네요.

일본도 장기침체 속에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학자금 미상환 금액이 역대 최고치인 957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 ‘학자금 대출’ 문제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겠죠?

= 그렇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에 이미 경고를 했는데요.

미국의 학자금대출 부실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처럼 지금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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