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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10구단 시대 장식할 'MVP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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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과연 누가 될까' 넥센은 지난해 박병호, 서건창, 앤디 밴 헤켄(왼쪽부터)을 비롯해 강정호까지 MVP 후보에 무려 4명을 배출했다. 올해 강정호가 빠질 예정이나 여전히 4년 연속 MVP 배출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진은 2012년과 지난해 MVP에 오른 박병호와 서건창의 모습.(자료사진=황진환, 박종민 기자)

 

2015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는 누가 될까. 사상 첫 10구단 체제, 그 첫 MVP의 영예는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역대급 기록이 쏟아졌던 지난해를 감안하면 올해도 어지간한 성적으로는 후보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도 있다. MVP 투표에 나설 야구 담당 기자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져 웬만한 기록이 아니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팀당 사상 최다인 144경기를 치른다. 지난해보다 16경기, 지금까지 가장 많았던 한 시즌 133경기보다 11경기나 많다. 더 풍성한 기록들이 쏟아질 가능성도 그만큼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역사적 10구단 시대의 첫 시즌, MVP의 조건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일단 지난해 후보들을 기준으로 필요충분조건을 전망해봤다.

▲올해 144경기로 늘어…지난해 기록은 넘겨야

지난해 MVP 후보들의 면면은 으리으리했다. 먼저 최고 선수의 영광을 차지한 서건창은 1982년 프로 출범 뒤 처음으로 한 시즌 200안타(201개)의 금자탑을 쌓았다.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누르기에 충분한 값어치였다.

서건창에 밀렸다고 해서 다른 후보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박병호는 11년 만의 50홈런(52개)을 넘겼고, 강정호는 유격수 사상 최초로 40홈런-100타점 고지(117개)에 올랐으며 앤디 밴 헤켄(이상 넥센)은 7년 만에 20승 투수가 됐다. 삼성 에이스였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다소 손색이 있었다지만 평균자책점(3.18)과 탈삼진(180개) 2관왕이었다.

이 기록들은 모두 128경기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지난해 서건창과 박병호는 전 경기에 나섰고, 강정호는 117경기를 뛰었다. 144경기를 적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서건창은 210안타, 박병호는 58홈런까지 칠 수 있다. 밴 헤켄은 31경기 등판했는데 올해라면 3~4경기는 더 나설 수 있어 승운만 따른다면 25승도 가능하다.

일단 지난해 기록은 넘겨야 MVP 후보를 장담할 수 있을 법한 모양새다. 서건창이 201안타를 넘기면 또 다시 안타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다. 밴 헤켄은 1989, 90년 선동열 전 KIA 감독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20승 투수를 이룰 수 있다.

하지만 후보들이 모두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는다면 역시 박병호가 가장 유력하다. 홈런이 주는 임팩트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서건창의 200안타의 무게감이 워낙 컸지만 두 번째라면 다소 식상함(?)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역대 최다였던 2003년 이승엽(삼성)의 56홈런을 경신하면 박병호의 MVP는 떼논 당상이다.

▲"지난해 넘는다고? 글쎄…" 체력, 이적 등 변수

'나 없으면 힘들 걸?' 넥센 거포 유격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빠지는 공백이 나머지 선수들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사진은 지난달 21일 메이저리그 진출 기자회견 때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 황진환 기자)

 

하지만 이들이 지난해 성적을 뛰어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경기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만큼 체력적인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서건창의 200안타 달성 소감이 이를 가장 잘 말해준다. 서건창은 대기록을 수립한 지난해 10월17일 SK와 홈 경기 뒤 "인천아시안게임 휴식기에 체력을 비축해 200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로 16일 동안 휴식기가 있었다. 서건창은 대회 전까지 118경기에서 181안타를 기록 중이었다. 시즌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남은 10경기에서 20안타를 때려내며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올해는 휴식기 없이 숨가쁜 일정을 치러야 한다. 더욱이 지난해는 9구단 체제로 하루 4경기에서 남는 한 팀이 쉴 수 있었으나 올해는 에누리가 없다. 숨고를 새도 없이 정규리그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역대급 기록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강력한 조력자를 잃은 상황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번 박병호 뒤에 버티고 있던 5번 강정호는 올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유력하다. 사실 박병호가 52홈런을 칠 수 있었던 데는 그만큼 무서운 강정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투수들이 더 많이 정면승부를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정호가 없다면 넥센을 맞는 투수들은 박병호를 피할 공산이 크다. 볼을 많이 던지는 어려운 승부를 자주 연출할 것이고 박병호는 그만큼 장타 생산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승엽이 56홈런을 때린 2003년 삼성에는 마해영(38홈런), 양준혁(33홈런) 등 범강장달이 같은 거포들이 버티고 있었다.

밴 헤켄 역시 마찬가지다. 강정호가 빠진 상황이라면 지난해와 같은 승수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올해 36살 노장인 밴 헤켄이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버텨낼 수 있을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자칫 브랜든 나이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팀은 MVP 후보 없나

최근 3년 MVP를 독식했던 넥센 이외 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넥센 4인방의 기세가 워낙 거셌지만 강정호의 이탈로 올해는 파괴력이 떨어질 수 있다. 다른 팀의 MVP 후보로는 누가 꼽힐까.

무엇보다 'FA 로이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 대박을 위해 힘을 내는 효과다. 타격기계 김현수(두산), 라이언킹 이승엽(삼성), 별명왕 김태균(한화) 등이다.

'우리도 있소이다' 올 시즌 FA 자격을 얻는 김현수(두산), 이승엽(삼성)을 비롯해 김광현(SK), 나성범(NC, 왼쪽부터) 등도 충분히 MVP 후보로 꼽힐 수 있다.(자료사진=각 구단)

 

김현수는 가장 큰 잠실을 홈 구장으로 써 상대적으로 홈런에서 불리하긴 하다. 그러나 장원준이 가세하고 김태형 신임 감독이 부임하는 등 팀이 지난해 부진을 딛고 선두권으로 올라선다면 충분히 MVP도 가능하다. 단, 타율 3할5푼7리 23홈런 104타점을 올린 2009년의 대활약이 전제 조건이다.

지난해 회춘한 이승엽도 후보로 손색없다. 지난 2013년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은 지난해 최고령 30홈런(32개), 101타점으로 부활했다. 올 시즌 뒤 FA가 되는 데다 통산 2000안타(현재 1704개)라는 동기 부여가 주목된다. 역시 두 번째 FA가 되는 최고연봉자(15억 원) 김태균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올해 주장이라는 책임감이 더해졌다.

투수 쪽에는 좌완 듀오 김광현(SK), 양현종(KIA)이 꼽힌다. 김광현은 이미 2008년 한번 MVP에 오른 바 있다. 다만 이들이 메이저리그 진출 무산의 아픔을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변수다.

3년차 최고 연봉을 기록한 나성범(NC)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나성범은 홈런 7위(30개), 타점 5위(101개)를 기록하며 올해 2억20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가능성이 다시 한번 폭발할 시기다. 여기에 홈런 3위(37개), 타점 2위(121개)의 에릭 테임즈가 잔류해 지원 사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최형우와 FA가 되는 박석민(이상 삼성), FA 최고액에 빛나는 최정(SK) 등도 MVP 후보로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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