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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후계구도 '시끌'… 잡음 넘쳐도 "집안 일" 어물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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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이슈와 '소유' 문제 구분 안되는 재벌 시스템 탓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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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구도 갈등설에 휩싸인 롯데를 비롯해 현대와 삼성 등 재벌가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주가가 널뛰는 등 시장이 혼란스럽다. 총수일가가 순환출자 구조로 얽힌 지배구조 위에서 기업을 사적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한국롯데를 맡아온 신동빈 회장이 일본을 방문하는 등 급박하게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의 주요 보직 해임과 관련해서는 신 회장이 13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고 밝히면서 후계구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신 회장이 후계자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분석이지만,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비상장사 지분 구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해석도 사실상 추측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 측은 "가족 간의 일이고, 회사 차원에서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일본롯데 계열사가 한국롯데 계열사의 주요 지분을 지배하는 상황이지만, 일본 쪽은 지배구조도 알 수 없고 비상장 계열사도 많아서 외부에서 판단하기가 더 어렵다"며 "재벌가 중에서도 투명성이 더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시나리오별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신 전 부회장이 주력 계열사 3곳 임원직에서 해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내림세였던 롯데제과 주가는 2%씩 뛰어올랐다. '경영권 분쟁=주가 상승'이라는 속설에 따라 이후에도 롯데그룹주는 14일까지 소폭이나마 계속 상승 중이다.

13일 지분 매각 계획이 무산된 현대글로비스는 재벌가의 후계 승계 과정에서 시장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현대 측은 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공정거래법에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남긴 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게 하려는 승계 작업에 왜 우리가 동원돼야 하냐"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삼성 역시 지난해 11월 삼성SDS와 12월 제일모직을 잇달아 상장시키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등 3세 경영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재용 부회장 삼남매가 얻은 막대한 상장 차익을 두고 1999년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을 통한 불법 취득 문제가 다시 지적됐다.

이처럼 최근 벌어지는 재벌가 승계 논란들을 관통하는 특징은 총수 일가의 '지분소유' 문제가 곧 '경영' 이슈라는 사실이다. 경영 문제에는 채권자와 노동자, 나아가 소비자까지 이해당사자지만, 재벌사회에서 이 문제는 소유 문제로 읽히기 때문에 '당연히' "일가의 일"이라고 여긴다.

채이대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롯데는 왜 장남은 일본, 차남은 한국을 각각 맡는지부터 최근 왜 장남이 경영에서 물러났는지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현대도 정몽구 회장이 어떻게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한전부지를 사게 됐는지 따질 필요가 없다"며 "이사회나 주주들의 생각은 없고, 그냥 '회장의 결단'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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