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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재밌지만, 장그래로 살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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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바둑기획①] 바둑연구생으로 산다는 것

한국 바둑계가 드라마 '미생' 등의 영향으로 새해를 맞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여자바둑리그가 새롭게 출범했고 전국소년체전에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CBS 노컷뉴스는 새해를 맞는 한국 바둑계의 표정을 모두 4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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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생은 재밌지만, 장그래로 살긴 싫어요!"
② '꽃보다 바둑'…미녀 프로기사들의 24시
③ 바둑에 푹 빠진 초딩…"시간 가는 줄 몰라요"
④ "아생연후살타! 허정무 인터뷰가 인상 깊죠"

15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제134회 연구생입단대회가 열리고 있다. 윤성호기자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국기원 4층 대국실에는 침묵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134회 바둑연구생 입단대회 2회전 둘째 날. 출입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 '연구생 입단대회'…그 피 말리는 한판 대결

대국실 안에는 김기범, 이어덕동, 이창석, 정서준 등 4명의 연구생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아 눈을 감고 명상 중이다. 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국을 앞둔 소감을 묻는 말에도 짤막한 대답만 돌아왔다.

"그냥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정서준)
"평소처럼 해야죠. 뭐…." (이창석)
"지금 아무 생각 없는데요." (이어덕동)
"열심히 두면 되겠죠." (김기범)


9시 50분. 대국 상대를 결정하기 위한 추첨이 진행됐고 곧이어 피 말리는 한판이 시작됐다. 순박해 보였던 청년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눈에선 빛이 났다.

대국장 밖에서 만난 유창혁 바둑국가대표 감독은 "연구생들이 두는 이 한판의 바둑은 마치 사법 고시생이 치르는 마지막 시험과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이날 만난 4명의 연구생은 이후 모두 탈락해 입단 기회를 놓쳤다. 결국, 새해 첫 프로 입단의 티켓은 우승자인 송지훈(16)이 거머쥐었다.

유창혁 감독이 바둑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국을 지켜보고 있다. 윤성호기자

 

◈ 프로 입단?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현재 프로입단에 도전하는 연구생은 모두 132명이다. 하지만 입단 기회는 매년 단 2명에게만 주어진다.

이들은 1년에 8차례 진행되는 '연구생 리그'에 참가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연구생에게 먼저 입단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2위부터 17위까지는 '바둑연구생 입단대회'에 참가해 우승자만이 프로에 입단할 수 있다.

그나마 18세까지 입단하지 못하면 연구생 자격도 박탈당한다. 하지만 연구생이 되기도 쉽지 않다. 연구생은 매년 4차례의 '선발전'을 거쳐 대회마다 20명씩 뽑는데 경쟁률이 약 5대1에 달한다.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대용(31·프로 5단) 사범은 "연구생들은 주말도 없이 5년 이상 바둑공부에만 매달려도 이 가운데 극히 일부만 프로에 입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들을 볼 때마다 안쓰럽고 정도 많이 간다"면서 "다들 열심히 해서 꼭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충암도장에서 만난 한상조(16·아마5단) 군도 프로기사를 꿈꾸는 연구생이다. 윤성호기자

 

◈ "중 1때 서울로 바둑유학…처음에는 힘들고 외로웠죠"

명문바둑도장인 서울 충암도장에는 연구생 등 약 30여 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프로 기사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상조(16·아마 5단) 군도 프로기사를 꿈꾸는 연구생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방과후 교실에서 처음 바둑을 접한 한상조 군은 중학교에 진학하던 지난 2012년 대전에서 서울로 바둑유학을 올라왔다.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에는 외로워서 좀 힘들었어요. 지금은 적응됐죠."

충암도장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군은 아침 7시에 기상해 밤 10시에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오로지 바둑에만 매달린다. 바둑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올해 고교 진학도 포기하고 대신 검정고시를 선택했다.

한 군이 보여준 '기보기록장'에는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처럼 그가 둔 바둑에 대한 모든 것들이 빽빽히 적혀 있었다.

"흑 43번은 과욕이었다. 이후 대책이 없었다."(12월 21일 흑불계승 대국)
"백 10은 잘 두지 않는 수지만 한번 둬봤다. 결과는 흑이 오히려 두터워졌다."(1월7일 백불계승 대국)

서울 충암바둑도장에서 연구생들이 대국을 두거나 복기를 하며 바둑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 "내꿈은 제2의 김지석 9단…장그래가 되긴 싫어요!"

한 군에게 드라마 '미생'을 봤냐고 물었다.

"재밌게 봤어요. 대기업에 입사한 장그래가 처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던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어요. 나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구요. 미생은 재밌었지만 장그래처럼 되기는 싫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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