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유명 야구 해설위원까지 감쪽같이 속였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2일, 야구 해설위원 하일성(65)씨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자주 거래하던 A저축은행의 상담원이라는 이는 "신용보증기금의 세금만 우선 납부하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햇빛론 상품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은행거래 내역까지 알고 있는 듯한 상담원의 말솜씨에 솔깃한 하씨는, 은행이 지정한 계좌에 2차례에 걸쳐 340여 만원을 이체했다.
그러나 이중 100만원을 뜯긴 채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햇살론과 유사한 '햇빛론'이라는 가짜 상품명으로 사기를 친,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이었던 것.
서울 서부경찰서는 20일 보이스피싱 사기에 사용된 통장을 모으고 돈을 빼내 전달한 혐의로 곽모(35)씨를 구속하고, 곽씨에게 통장 명의를 건넨 강모(46)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야구 해설위원 하일성(65)
경찰에 따르면, '일당 10~15만원 보장'이라는 문구에 끌려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간 곽씨는 "통장 명의를 넘기면 내부 거래로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며 강씨 등으로부터 대포통장 17개를 받아냈다.
곽씨는 이렇게 모은 통장과 현금인출 카드로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 일대의 ATM에서 피해자 40여 명이 입금한 2억 8천만원을 빼내,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모을 때는 장당 3만원씩, 현금을 인출해 전달할 경우 인출금액의 1.5%씩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곽씨가 돈을 전달한 조직원은 서로 김실장, 임부장 등으로 부르며 대포폰으로만 연락해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며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