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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에 대한 재벌총수들의 동경…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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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15층 모형도 (서울시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한전부지에 115층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 삼성동지역이 요동치고 있다. 인근 코엑스를 운영하는 무역협회는 코엑스 전면 재건축 계획을 잠정 중단한 채 현대차 초고층 신사옥이 몰고 올 후폭풍을 지켜보고 있다.

무려 571미터 높이의 마천루.

오는 2020년 완공되면 제2롯데월드 타워보다도 16미터 높다. 국내 제일 고층건물이 된다. 남산 높이(243m)의 두배가 넘고 남산과 남산타워(236.7m)를 합친 509.7m보다 60미터 가량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의 115층 건립은 정몽구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와 재벌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욕심이 잔뜩 반영됐을테고 우리나라 재벌총수들의 마천루 욕망에는 끝이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이 제 2롯데 마천루를 지으려할때도 아들이 반대했지만 신 회장이 뜻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월 1일 열린 시무식에서 그룹 임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한전부지에 105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초고층건물에 대한 욕망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현대차는 시무식이 끝나고 불과 한달 뒤인 1월 30일 서울시에 첫 제출한 제안서에 건물층수를 10층 더 올려 115층으로 제출했다.

현대차 115층 건립계획 평면도안 (서울시 제공)

 

현대차 그룹이 왜 10층을 더 올려 국내 최고층 건물로 제안서를 올렸는 지에 대해서는 두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지목한 105층 건물을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이를 사수하기 위해 10층을 더 높여 115층으로 에누리했다는 분석이다. 즉 서울시와 협의과정에서 건물층수 조정이 있을 것에 대비해 미리 10층 더 얹어놓고 협상을 시작하려 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10층 에누리 론'이다.

두번째는 정 회장이 105층 계획을 당초 가졌지만 국내 최고층 건물을 지어야 겠다는 욕심이 생겨 제 2롯데월드보다 층수는 적지만 높이는 더 올리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시 의회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성수동 뚝섬에서 무산됐던 110층 건물의 꿈을 삼성동에서 국내 최고층 건물을 지어 보상내지는 극복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느 분석이 사실인지는 앞으로 서울시와의 협의과정에서 현대자동차측의 진의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상업시설 용적율 허용한도 800%에 단 1%만 뺀 799%를 적용해달라고 제안했다.

삼성동 한전 부지는 성남비행장으로 인해 제 2롯데월드처럼 '고도제한규제'가 전혀 없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국내 초고층 건물을 올리는데 결정적 장애요소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측이 건물높이를 중시한다면 주변 교통·환경, 공공성확보 등의 문제가 결정적 고려 요소일 뿐 고도제한은 전혀 검토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박원순 시장의 동남권 개발구상도 적극 반영했다. 박 시장은 작년 4월 코엑스~한전부지~잠실운동장 일대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공간인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박 시장의 이런 의중을 감안해 전시컨벤션 센터를 건축 인.허가계획에 포함시켰다.

◇정몽구 '초고층의 꿈'은 용적율이 결정적 요소

삼성동 한전부지에 대한 서울시 가이드라인 (서울시 제공)

 

이에따라 정몽구 회장의 초고층의 꿈은 용적율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공공개발추진단장은 "현대차 신사옥 용적율은 삼성동 지역의 과밀여부, 지역여건(인구유동 등), 교통영향 그리고 공공성 수렴이 중요한 객관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그러나 "이들 변수외에도 서울시민의 여론 또한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제 2롯데월드는 용적율을 800%로 신청했지만 실제 용적율은 570%선에서 결정됐다.

정 회장의 국내 초고층건물 실현을 위한 꿈은 서울시에 대한 현대차의 초고속 사전협상서 제출에서도 묻어난다. 사전협상 제안서에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상당부분 미비한 상태로 제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적율 799%를 적용하기 위한 교통.환경에 따른 문제점이나 이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사전협상서에는 들어있지 않다"며 "서울시는 추가로 관련 자료를 요구할 것이고 본격 사전협상은 한달 뒤에나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26일 10조5천억원 써내 삼성동 한전 부지를 매입했고 11월 하순에야 신사옥을 짓기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현대차가 불과 2달만에 사업계획서를 뚝딱 만들어 서울시에 초고속 제안을 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성수동 뚝섬에 110층 건립을 추진했기 때문에 사전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두달만에 115층 물에 대한 사전협상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분명히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당초 성수동지역에 110층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지만, 해당지역 부지가 협소하고 제 1종 일반 주거지역이라는 이유때문에 서울시와 협의과정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해 중단됐다.

정몽구 회장의 115층 건립계획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뜨겁지는 않지만 복잡다단하다.

공무원인 김모씨(53)는 "자본력을 가진 재벌들이 땅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층건물을 올리는 것으로 이해하겠지만 도시 안전, 주변건물과의 조화 등을 고려할때 마냥 층수를 올리는 것이 시민들의 자부심인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현대차측의 사전 협상은 앞으로 9개월 길게는 1년가까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시민들의 여론 향배가 정몽구 회장의 '115초고층 꿈'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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