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평균수명이 80살, 죽어서 연금 타라고?… "생활비도 빠듯해"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세제혜택도 없는 25년 거치, 80세 연금지급상품' 출시… 보험업계도 회의적

(자료사진)

 

NOCUTBIZ
금융당국이 내놓은 80세 연급지금 상품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80세 이후부터 사망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도록 한 보험 상품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세제혜택 등 가입유인이 없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일정 수준의 고연령에 도달한 이후 사망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상반기 중 출시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55살 남성이 새로 나오는 고연령 거치연금 상품에 가입한 뒤 일시납으로 보험료 2000만 원을 납입하고 25년 동안 돈을 묶어두면 80살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달 43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소 84살까지 살아있으면 원금손실이 없지만 거치기간(55~79살)이나 84살 이전에 숨지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 80세 연급지금 상품, 어디다 쓰나

금융위는 "고연령 시기에 안정적 연금수급이 가능한 상품구조로 소비자는 노후자금의 일부만을 활용해서 장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보험업계가 이 상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품의 수요자인 은퇴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연령 거치연금의 수요자로 지목된 은퇴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은퇴자 22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6.4%)이 현재 가구의 경제적 유형에 대해 '기본적인 생활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경제적 준비를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준비할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압도적(88.4%)이었고, '준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음'과 '관심이 없음' 이라는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은퇴자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국민연금 지급을 조기에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조기 지급 신청자 비율은 2009년 전체 노령연금급자의 8.6%에서 올해는 2배 수준인 15%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퇴준비자들의 경제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개발원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은퇴준비자 775명 중 44.3%는 '개인연금을 구매하고자 했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어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 원금 손실 등 위험 가입자가 떠안아야

고연령 거치연금이 은퇴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냐에 대한 회의론도 나온다.

고연령 거치연금은 보험료 납입 뒤 25년이 지나기 전에 해지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25년 동안 돈을 묶어놓으면서 화폐의 실제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생긴다. 결국 이 모든 위험은 가입자가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인 2.68%씩 앞으로 계속 물가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25년 뒤 43만6000원원은 현재의 22만5081원으로 가치가 떨어진다. 25년 뒤 22만원씩 죽을 때까지 줄 테니 현재 2000만원을 25년 동안 묶어놓으란 논리다.

당장 생활비 한 푼이 아쉬운 은퇴자들이 외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전용식 부실장은 "은퇴자들이 55세 때 80세 이후를 대비해 연금보험료 내야한다는 의미인데 지불 능력이 되는 은퇴자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고 반문하며 "상품의 실효성 측면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출시와 관련해 당국이 업계와 조율이 전혀 없었다"며 "올해 4월부터 손해율과 약관 등 바뀌는 부분이 많아서 상품개발부서가 관련 내용을 모두 손봐야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금융위가 '고연령 거치연금'까지 상반기 중 출시하라고 일방통보하면서 관련 부서는 '멘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금 전문가들은 설익은 연금 상품보다 10%에 불과한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연금에 대해 소득공제 대신 세액공제를 적용한다는 발표 이후 개인연금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3년 1~3월 26만7807건에서 4~6월 7만8366건으로 급감했다.

201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소득 8천만~1억원 근로자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66.2%지만 연소득 2천 만원 이하 근로자의 연금저축 가입률은 1.2%에 머무는 등 노후준비 양극화도 극심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 정원석‧강성원 연구위원은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계층인 중산층의 세제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수준으로 세액공제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5500만원 이하 가구의 개인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어들지 않는 수준인 세액공제율 15% 이상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소득계층별 특성을 감안해 중산층 이하 계층에 개인연금에 대해 높은 수준의 세액공제율을 제공하는 방식의 차등적 공제율 적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