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내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취임 첫 날을 열었다. 당내 논란을 감수한 파격적인 행보 속에서도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현 정부와의 전면전 선포가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야당 지도부가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보수 진영의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문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에만 해도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라며 일각의 참배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문 대표는 "묘역의 참배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며 "박근혜 정부가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로 가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특히 "진정한 국민통합은 가해자 측이 잘못을 반성ㆍ사과하고 피해자를 위로해서 피해자가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가해자로 규정하며 최대 약점인 과거사 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일을 많이 한다"고 유감을 나타내며 대표적인 사례로 인사 편중과 민주정부 10년 역사 부정 등을 들었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 남북관계를 타판에 이르게 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자신의 당선을 '박근혜 정부에 맞서달라는 국민의 요청'이라고 평가하며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낸다면 저는 박근혜 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및 경제민주화 공약 파기와 서민증세 꼼수를 지적하며 △OECD 평균 수준의 복지 증대 △법인세 정상화 등 부자감세 철회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문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인사와 남북관계부터 경제와 복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박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의 전면전 선포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상견례에서도 "조금은 각오를 하셔야"라는, 대여 공세를 예고하는 말을 던졌다.
다만 야당의 금기를 깬 파격적인 행보가 첫날부터 지지자들과 당내 반발을 불러온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지어 함께 당선된 최고위원 사이에서도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당대표의 행보가 필요하다"는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새정치연합 신임지도부는 이날 오후 효창공원을 찾아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안중근 의사 등 독립투사와 임시정부 요인 묘역을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