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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他 영화는 새벽 2시"…'개그 소재'로 추락한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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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14] 팝콘과 멀티플렉스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2월 12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은 어떤 검색어 키워드를 가지고 오셨나요?

=. 오늘 검색어 키워드는 ‘팝콘’입니다. 최근 6700년 전 고대인들이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팝콘, 그러니까 ‘튀긴 옥수수’가 페루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를 모았죠.

또 최근 미국에서 수퍼볼 경기가 열린 날 무려 1723톤의 팝콘이 소비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팝콘’하면 아무래도 ‘영화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 정말 영화관에서도 팝콘... 많이 드시죠.

=. 그렇습니다. 저도 가끔 가족과 영화 보러 가면 아이 등쌀에 팝콘과 음료를 사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큰 사이즈 팝콘 한 통과 중간 사이즈 탄산음료 두 잔으로 이뤄진 '러브 콤보' 가격이 8500원 정도 합니다. 따로따로 살 경우 큰 사이즈 팝콘이 5000~6000원, 중간 사이즈 탄산음료는 잔당 2000원 정도합니다.

▶ 저도 영화관에 갈 때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그러니까 복합상영관 매점의 가격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니까, 5000원짜리 팝콘의 원가는 613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원가 대비 8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거죠.

또 2000원짜리 탄산음료의 원가는 600원으로 3.3배나 비싸게 받았고, 8500원짜리 콤보 상품의 원가 역시 1813원으로 4.7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특히 세 곳 멀티플렉스의 팝콘과 탄산음료는 사이즈에 따른 가격까지 모두 똑같아 가격담합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자료사진. 황진환기자

 

▶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화가 날만 하네요.

=. 비단 비싼 팝콘 가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영화 시작 전 멀티플렉스에서 틀어주는 상업광고가 너무 길다는 불만도 폭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소비자문제연구소가 조사를 해봤더니 멀티플렉스에서는 영화 상영시간이 입장권에 표시된 것보다 평균 11분이 늦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시간동안 모두 22건의 광고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3D 안경 끼워팔기’와 ‘포인트 주말 사용 제한’ 등에 대한 불만도 만만치 않습니다.

▶ 이런 불만에 대해 멀티플렉스의 입장은 뭔가요?

=. 예, CGV 측의 입장을 들어봤는데요.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산정한 원가에는 단순히 옥수수가격만 포함돼 정확하지 못하다"면서 "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메뉴개발비 등을 원가에 모두 반영하면 CGV의 팝콘 가격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영화 상연 전 광고시간을 줄이거나 팝콘이나 음료가격을 내리게 되면 대신 영화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주장인데요. 왜냐하면 지난해 CGV는 ‘가격 다양화 조치’라는 편법으로 입장권 가격을 이미 6%가량 올렸거든요.

이 때문에 지난해 입장권 매출은 전년 보다 13.8% 늘어난 581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또 매점과 광고매출도 각각 7.4%와 3.3%가 오른 1469억원과 807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객들의 자발적인 '개훔방' 대관상영회(사진 제공=변유정 씨)

 

▶ 또 “요즘에는 보고 싶은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불만도 팽배한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최근에 빚어진 ‘개훔방’ 논란이 대표적인데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의 줄임말입니다.

이 영화는 사라진 아빠와 집을 되찾기 위해 개를 훔치려는 열살 소녀의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그린 따듯한 가족영화인데요.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상영관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해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급기야 배급을 맡은 삼거리픽처스 엄용훈 대표가 SNS(사회관계망)을 통해 CJ와 롯데 등 대기업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스크린 장악 전횡을 막아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하는 일까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좀 답답한데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요?

=. 예,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훔방’ 상영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훔방'이 좋은 작품인데 흥행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대기업이 영화 제작도 하고 배급도 하고 영화관까지 독점하기 때문이다” 뭐 이런 말을 했는데요.

실제로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는 전체(2281개)의 92%인 2098개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CJ와 롯데는 영화배급시장에서도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관객점유율도 CJ가 24.9%, 롯데가 12.1% 등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CJ와 롯데가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자사 배급 영화를 밀어주기 때문에 좋은 영화들이 묻히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영화 대기업의 횡포가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등장했다죠.

=. 예 영화 대기업의 횡포가 개그콘서트 '도찐개찐' 코너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개그맨 박성호 씨가 먼저 "요즘 영화관 시설도 좋아지고 데이트도 많이 하고 먹거리도 다양하고 근데 팝콘으로 돈 버는 건 도찐개찐"이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이종훈 씨는 "1시에 시작인데 10분 동안 광고 트네"라고 비판을 이어갔고 류근일 씨도 "자기 영화는 많이 틀고 남들 영화는 조금 튼다"며 스크린 독점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곽범 씨는 "자기 영화는 피크타임, 남의 영화는 새벽 2시"라고 직격탄을 날려 방청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요.

예 "이제는 시민들이 행동에 나서 영화관을 확 바꾸자" 이런 움직임이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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