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간통죄가 제정된지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간통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네 차례나 위헌 심판대에 오를 정도로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1990년 6대3, 1993년 6대3, 2001년 8대1로 합헌 의견을 연달아 내놓았다.
사실 간통죄는 역사적으로도 엄격한 성 기준을 제시하는 잣대로 활용돼 왔다. 1905년 공포된 대한제국 형법대전은 '여성'에 초점을 맞춰 간통죄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유부녀가 간통한 경우 그와 상간한 사람을 6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한 것이었다. 당시에도 벌금형은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헌법재판소의 분위기도 2008년 들어 반전됐다. 2008년 배우 옥소리씨 등이 간통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241조가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 당시 합헌 4대 위헌 5로 이례적으로 위헌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
당시 위헌 의견을 제시한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간통죄를 규정한 조항이 일부일처제에 터잡은 혼인제도와 부부간 성적 성실 의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성에 대한 변화된 법감정과 간통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 간통죄를 폐지하는 세계적 추세, 간통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을 제기하며 간통죄 폐지를 주장했다.
최근 법조계에서 간통이나 불륜 등의 행위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장기간 별거 등으로 사실상 부부생활이 파탄난 상황이라면 부부 중 한 쪽이 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다수의 대법관들은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돼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동안 간통죄 존치론 측은 성 관념이 문란해 질 수 있고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에게 정절의 의무를 지키도록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반면, 폐지론 측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 비밀의 침해 입장을 내세우며 팽팽히 대립해 왔다.
그러나 26일 헌법재판소가 4전 5기 만에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온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