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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 논란' 김성근의 한화라 더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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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니라니까' 한화 김성근 감독.(자료사진=한화 이글스)

 

12일 롯데-한화의 사직 경기 때 일어난 '빈볼(bean ball)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하루가 지났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지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한 선수가 빈볼을 두 차례 맞은 데다 해당팀 감독이 직접 빈볼 상황과 관련해 공식적인 멘트를 했다. 해당 선수도 인터뷰에서 빈볼과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빈볼과 관련해서는 조용히 넘기는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드문 경우다. 특히 감독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그만큼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에 있는 김성근 감독(73)의 한화이기에 논란이 커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리는 김 감독인 까닭에 공격과 비호의 의견이 격렬하게 맞선다는 것이다.

▲이종운 감독, 야신 겨냥 작심 발언

상황은 알려진 대로 다음과 같다. 12일 경기에서 롯데 황재균이 4회와 5회 연속 한화 투수의 공에 몸을 맞았다. 고의성이 다분한 빈볼이었다. 10일 롯데가 8-2로 앞선 6회말 2루타를 치고 난 뒤와 12일 7-0으로 앞선 1회 시도한 도루가 원인으로 해석된다. 한화 관계자는 "큰 점수 차에서 도루가 나와 선수들이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빈볼을 한 타자에게 두 번 연속 맞히는 경우는 드물다. 메이저리그 등에서도 한 투수의 연속 빈볼은 가끔 나오지만 타자가 다르다. 황재균이 두 번 연속 맞은 것은 일종의 표적이라는 뜻이다. 부상의 위험이 더 크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더 논란이 커진 이유였다.

사실 상황이 복잡하다. 빈볼의 원인인 불문율을 깼다고 보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경기 후반이 아닌 중반과 초반인 데다 10일 경기에서는 한화가 2-8로 뒤진 8, 9회 동점을 만들어 역전승을 바라보기도 했던 까닭이다. 이종운 롯데 감독이 이례적으로 경기 후 이례적으로 "무슨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알고 있다. 우리 팀 선수를 방해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한 이유다.

논란의 화살은 김성근 감독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감독의 작심 발언이 직접 거명은 하지 않았으나 김 감독을 향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 감독은 "김태균을 왜 교체했는가. 오늘 경기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인가"라고 비난했다. 때문에 김 감독이 직접 빈볼을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짙게 깔리고 있다.

하지만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 지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김 감독도 매체를 통해 "감독 평생 한번도 빈볼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야구는 전쟁이 아니고 그라운드 안에서 싸우는 스포츠"라며 "상대 더그아웃에 대한 예의를 지켰으면 한다"고 자제를 요구했다.

▲한화, 피해자에서 1년 만에 가해자?

12일 한화전에서 그라운드 대치 상황에 나선 롯데 선수들.(자료사진=롯데)

 

그럼에도 논란은 커지고 있다. 당사자인 황재균은 물론 빈볼을 던진 이동걸, 퇴장을 명령한 김성철 구심의 인터뷰 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암묵적으로 빈볼에 대해 넘어가는 야구계 불문율과는 다른 양상이다. 그만큼 논란이 커져 관심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사실 한화는 지난해 빈볼 논란의 피해자 격인 입장이었다. 지난해 4월 20일 LG전에서 정근우가 8회 1사에서 상대 정찬헌에게 빈볼을 맞았고,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정근우가 6회 2루로 뛰는 과정에서 송구하던 유격수 오지환 쪽으로 깊게 발을 넣었다는 게 발단이었다. 그러나 정근우와 한화 측은 "정당한 슬라이딩이었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당시는 LG가 과한 반응을 보였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실 LG는 당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돌파구였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당시 10경기 6연패 포함, 2승7패1무에 처져 있던 LG가 결집을 위해 충격 요법을 썼다는 심증이었다. 당시도 정근우는 6회에 이어 8회도 공을 맞았다. 다만 6회는 고의성은 떨어졌다.

당시 감독들의 멘트는 없었다. 빈볼과 불문율 논란은 사실 선수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모르는 척, 뒷짐을 진 채 지켜보는 모양새였다. 사실 그게 빈볼 및 벤치 클리어링 사태의 일반적인 대처법이었다.

▲잠복했던 야신 반대파, 봇물 터지듯 성토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그 중심에 김성근 감독이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확실한 자신만의 야구 철학으로 존경하는 팬들도 많지만 마뜩치 않아 하는 팬들도 적잖다. 자기 색깔이 강한 만큼 적에 가까운 팬들도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 뒤부터 KBO 리그 화제의 중심에 선 팀이었다. 김응용 감독에 이어 김성근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이 극적으로 전개된 데 이어 마무리 훈련, 올해 스프링캠프에 진행된 지옥 훈련까지 독수리 군단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년 연속이자 최근 6년 동안 5번 꼴찌에 머문 한화가 명장을 만나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단순히 한화를 넘어 야구 팬들의 공통된 관심사였다. 다른 구단의 어지간한 이슈는 한화에 밀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한화의 성적이 신통치 못하고 공격을 받을 만한 화제가 생긴 것이다. 이때를 기다려 잠복해 있던 '반야신' 여론이 봇물 터지듯 일어난 형국이다. 한 야구인은 "김 감독은 팬들도 많지만 적도 많다"면서 "꼬투리를 잡히면 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상황과 더 논란이 커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이번 빈볼 시비는 사태의 본질에 비해 크게 부풀려진 면이 없지 않다. 김 감독의 부인에도 기사마다 각종 비난과 인신 공격성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물론 한화가 칭찬 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비판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와 반대로 LG의 입장이 된 것이다. 침체된 팀 분위기 속에 예민해진 끝에 일어난 일이다. 빈볼은 이후 롯데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열과 흥분의 거품을 조금만 걷어내고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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