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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다'…세상의 때 덜 묻은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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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다큐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감독

이길보라 감독(사진= 황진환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제작 낭만회관)를 연출한 이길보라(26·한예종 영상원 4학년 휴학) 감독은 '코다'(CODA)이다. 코다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약자로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 역시 다를 것 하나 없는, 오히려 세상을 보는 더 넓은 눈을 지닌 이길 감독의 가족 이야기다. 최근 서울 석관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부모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이유를 물었다.

"제게는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주변에 얘기해야 했으니까요. 엄마랑 같이 다니면서 수화를 통역할 때마다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봤죠. '엄마 아빠의 세계는 완벽하다'고 여겨 왔던 제게는 솔직히 충격이었어요. 사람들의 생각이 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고,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완벽한 세계에 산다는 점을 언어로 설명하는 게 힘들었죠. 부모님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욕구는 항상 품고 있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만든 겁니다."

부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접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동정과 연민이었단다. "우리는 너무 잘 사는데, 백 사람이면 백이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당혹스러웠다"는 것이 이길 감독의 설명이다.

"다큐를 만들 때도 '이 영화는 비장애인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청각장애인의 반짝이는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라고요. 두 세계가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목에서도 환대한다는 의미가 묻어나길 바랐죠."

◇ "서로의 눈 바라봐야만 소통되는 '농문화'…'청문화'보다 근원적인 세계"

 

수화와 음성 언어의 세계를 둘 다 아는 이길 감독은 "음성 언어가 일차원적인 데 반해 수화는 삼차원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가 말을 하면서 손을 계속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화는 손만 보면 몰라요.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도 함께 봐야 알죠. 소통하는 데는 오히려 표정이 60, 70%를 차지하거든요. 언어가 바뀌면 삶의 문법도 달라지잖아요.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농(聾, 귀먹다) 문화', 비장애인의 문화를 '청(聽, 듣다) 문화'라 한다면 저는 그 사이를 넘나들면서 이야기합니다. 농문화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봐야만 소통이 되기 때문에 청문화보다 근원적인 세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성 언어는 사실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인터뷰 한 번 하고 나면 몹시 지치거든요. (웃음)"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본 관객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만 봐 왔던 청각장애인의 세계가 비장애인의 세계보다 오히려 밝고 순수하고 행복해 보이는 까닭이다. 이길 감독은 이를 두고 "청각장애인들이 덜 오염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귀를 껐다 켰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듣기 싫은 소리를 듣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세상의 때로부터 덜 오염될 테니까요. 두 세계를 오가는 저는 오염됐죠. (웃음)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세상을 알기 때문에 또 다른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은 정말 중요하잖아요."

◇ "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말하는 사람들의 세상도 알 수 있다"

이길보라 감독(사진= 황진환 기자)

 

이길 감독이 어느 날 아버지에게 물었단다. "다시 태어나도 청각장애인으로 살고 싶으시냐"고. 아버지의 대답은 "그렇다"였다고 한다. "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말하는 사람들의 세상도 알게 됐잖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부모님의 세계를 어릴 때부터 봐 오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생겼던 것 같아요. 여행에 대한 이질감이 없었거든요. 사실 어릴 때부터 동생과 제게는 집밖에서 부모님을 챙겨드려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어요. '나'라는 개인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오롯이 혼자 서는 법을 배울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그때 여행이 다리가 돼 줬어요."

그렇게 그는 열여덟 살에 고등학교를 그만 두고 8개월간 인도 등 아시아 8개국을 여행하며 책을 썼고, 열아홉 살에는 44분짜리 첫 중편 다큐 '로드스쿨러'(2008)를 찍었다.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던 제게 제도권 교육의 폭은 넓지 못했어요. 물론 제가 검사, 변호사를 꿈꿨다면 학교를 다녔겠죠. 그렇지 않았기에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 봤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 한 명 한 명, 풍경 하나 하나가 학교요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큰 배움이었죠."

이길 감독은 스스로를 로드스쿨러라 부른다.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도 세상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저를 설명하는 건 항상 어려워요. 길에서 배운 게 진짜 배움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사람들에게 단번에 설명하기가 어려웠죠. 고등학교를 자퇴했을 때 사람들이 "학생이냐?"고 물으면 "고등학교 2학년 나이인 열여덟입니다"라 답했는데, 그러면 "왜?"라고 다시 물어요. '자퇴생' '탈학교 청소년' '홈스쿨러'라는 말도 저와는 맞지 않았죠.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로드스쿨러라는 말을 만든 이유입니다. 자기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어를 만들고 부르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회사원' '주부'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이 있으니까요."

◇ "청각장애인들은 동정·연민의 대상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 지닌 외국인"

다큐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 나오는 이길보라 감독의 가족사진(사진=낭만회관 제공)

 

이길 감독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작업은 코다, 즉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 부모를 둔 비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인 것이다. 80여 분의 영화로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현재 책도 쓰고 있다.

"청각장애는 후천적인 요인이 많아요.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에게서 저처럼 말하는 아이가 70~80% 태어납니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세계를 모두 경험한 저로서는 청각장애인들의 문화를 비장애인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청각장애인들의 세계를 문화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서는 전무하다시피 하거든요. 쉽게 말해 '청각장애인들은 연민과 동정의 대상인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지닌 외국인'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은 거죠."

앞서 언급한 농문화에 이길 감독이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2012년 여름 아버지와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갤로뎃 대학을 방문했다. 이 학교의 구성원은 청각장애인이 반, 비장애인 반인데, 모두가 수화로 대화를 했다. 학교의 건물이 모두 유리로 돼 있어 멀리 떨어진 사람, 불특정다수의 사람들과도 수화로 소통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모든 곳이 '광장'인 셈이다.

"복도의 모서리를 없애고 둥글게 만드는 등 건축공법까지 모두 달랐어요. 시야가 열리고 확장되는 느낌. 가장 놀라웠던 건 청각장애인도 교수가 될 수 있는 공동체를 봤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공장에 다니는 청각장애인만 봤거든요. 그곳에서 언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죠."

◇ 농문화와 청문화의 접점에서 만난 희망…"특별하고 아름다운 세계 알리고파"

다큐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한 장면(사진=낭만회관 제공)

 

이길 감독이 바라보는 농문화는 단순히 청각장애인들의 세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이라는 먼지를 뒤집어쓴 세상에 돌파구를 마련해 줄 뚜렷한 '소통의 지점'이다.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대화할 때 서로의 눈을 봅니다. 그래야만 상대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요. 저도 상대의 눈을 보면서 얘기하는 것에 익숙한데, 주변 사람들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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