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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반기문·힐러리의 눈높이 그리고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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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앞두고 갈등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자료사진)

 

서울광장에서 다음달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보수 기독교단체 반발이 거세다.

퀴어문화축제는 원래 성소수자(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의 자긍심과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시작됐다. 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매년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 2주 동안 진행된다.

지난해까지 퀴어축제는 주로 대학로 신촌로터리, 종로, 홍대 입구 등 서울 도심부 주변지역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식 행사가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6월 9일 열린다.

도심부 주변지역에서 개최할 때는 별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광장에서 행사가 열리면서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보수 기독교 단체가 축제행사 장소로 서울광장을 사용하도록 해준 서울시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자료사진)

 

보수 기독교 단체는 이미 서울광장앞을 점령하고 반대 시위를 매일 벌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서울의 심장인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이 누드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위 피켓에는 "소돔시장 박원순 음란의 씨앗을 뿌리다"라고 적었다. 다른 피켓에는 "동성애자가 박 시장의 꿀단지냐"고 쓰고 있다. 매우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공격이다.

서울광장 사용권은 현재 조례에 따라 신고제로 운영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서울시는 먼저 신고 접수를 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보수 기독교 단체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이라는 조건을 명분 삼아 "신고를 거부하라"고 막무가내다.

보수 기독교 단체 반대운동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나라사랑 자녀사랑 운용연대'와 '예수재단' 등 기독교 단체는 퀴어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맞불 집회 신고를 했다.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한 지역이 서울광장 주변에서 무려 11군데다. 양측간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의 성소수자 혐오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낸 적이 있다. 그는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반 총장은 또 지난 25일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자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극찬했다.

 

미국 유력 차기 대권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최근 동성애자 커플 집을 방문했다. 미국 언론은 이 방문을 '로키(low-key.낮은 자세)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퀴어문화축제를 보는 관점에 따라 찬반 입장이 갈린다. 하지만 법 규정에 따라 광장 사용권을 내준 서울시를 애꿎게 비난하는 것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기관인 서울시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퀴어문화축제를 주최하는 성소수자 그룹도 사회 일각의 이런 비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원래 축제 취지는 사회적 억압속에서 숨죽여 살아 온 국내 성적소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나누는 것이다. 상당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적 질시로부터 고통받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인식과 인권현실을 개선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대중적 성소수자 인권운동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과격한 방식'은 반대진영에게 빌미만 던져 줄 우려가 크다. 갈등을 줄이면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이해가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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