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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여의도에 '선전포고'…메가톤급 후폭풍에 휩싸인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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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에 극도 불신감 표출…"원내대표직 자기정치에 이용 안돼"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해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메르스 관련입법을 포함한 모든 국회활동에 대해 보이콧 입장을 밝히며 반발했고 새누리당은 국회법 처리방안과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놓고 당주류와 친박계간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개정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입장을 밝히면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책임을 정치권의 주고받기식 입법행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에서 "국회와 정치권에서 국회법 개정 이전에 당연히 민생법안에 사활을 건 추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묶인 것들부터 서둘러 해결되는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 朴 대통령, 여야 주고받기식 입법행태 비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는 특히 여야의 주고받기식 입법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아동학대예방법과 아시아문화도시법, 지방재정법과 목적예비비 집행, 관광진흥법과 최저임금법 등을 주요 연계 입법사례로 지적하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3년이 다 되도록 상임위에 발이 묶여 있다고 한탄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꼭 필요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은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가 발생하고 입법들은 민생과 무관한 국민세금만 가중시키는 것들"이라고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 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며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에 각을 세워온 유 대표의 발언과 행태를 문제삼았다.

발언의 내용과 강도를 놓고 보면 당장 대표직을 관두라는 의미로 읽힐 정도로 뿌리깊은 불신감을 담고 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들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만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으로 향후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소집해서 국회법 거부권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고 새정치연합은 대통령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모든 국회 일정의 보이콧 방침을 정하고 강경대응에 들어갔다. 정국이 급랭하는 상황이다.

◇ 與, 재의보다는 '자동폐기' 의견 수렴… 유승민 거취가 문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제 최고위원,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즉 국회법 재의 요구에 대해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재의에 붙이기 보다는 처리를 하지 않고 19대 국회임기말 법안이 자동폐기되도록 하는 쪽으로 당내 대체적인 의견이 수렴된 상태다.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뿐아니라 김무성, 유승민 원내대표 등 대부분 지도부는 물론이고 소속 의원들도 재의를 추진해서 청와대와 여당이 충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유승민 원내대표도 국회법을 재의하지 않고 자동폐기시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재의에 붙이더라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표결은 불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다. 외형적으로 국회법의 위헌여부를 놓고 당청과 청와대-정치권이 다투는 모양새지만, 이번 사안의 본질은 여당내 헤게모니 확보투쟁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박 대통령 주장처럼 개인정치에 치중하는 유승민 원내대표로 인해 여당으로부터 제대로 국정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아주 강하고 국회법 정국을 계기로 유 대표를 실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청와대내 박 대통령 핵심측근들과 친박계 윤상현 의원 등이 비토의 전면에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장의 중재를 거쳐 정부로 이송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부갈등관리 10년 성과와 과제 무엇인가?'토론회에 참가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일단 25일 국회 본회의 직후로 예정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사퇴여부를 놓고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주류와 친박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관련해 친박계는 24일 밤 긴급 회동을 갖고 대응방안을 숙의했고 유승민 원내대표 측근 의원들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가 문제로 부상한 것과 관련해 "원내지도부의 향후 리더십을 위해서라도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에 부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대통령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25일 의원총회 이후에 거취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새누리당 내 친박계 숫자는 최대한으로 잡아도 40~50석에 불과한 반면, 주류와 유승민계가 안정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원내지도부가 교체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와 친박계는 이후 국정운영에서도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청와대와 야당, 여당과 야당 관계는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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