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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야구에는 고의4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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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4구는 잘 지시 안 합니다." 염경엽 감독. (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베이스를 공짜로 줄 필요는 없잖아요."

투아웃에 주자는 2루에 있다. 마운드에는 오른손 투수가 있고, 타석에는 왼손 거포가 섰다. 왼손 거포는 오른손 투수 공을 기가 막히게 공략한다. 그런데 다음 타자는 오른손 타자. 이 오른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힘을 쓰지 못한다. 중요한 건 1~2점에 승부가 갈리는 상황이라는 점. 과연 감독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많은 감독들이 이 상황이라면 고의4구를 지시한다. 1루가 빈 상황에서 굳이 가장 강력한 타자를 상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시가 나오면 보통 포수는 홈 플레이트 옆으로 벗어나 일어서고, 투수는 볼 4개를 던져 타자와 승부를 피한다.

하지만 넥센 염경엽 감독은 조금 다르다.

염경엽 감독은 "그럴 때는 볼넷을 줘도 된다고 주문하면서 마음껏 던지라고 한다. 볼넷을 염두에 두고 볼로 승부를 하다가 카운트가 유리해지면 제대로 승부할 수도 있다"면서 "베이스를 공짜로 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넥센은 올해 고의4구를 내준 것이 3개에 불과하다. 삼성과 함께 가장 적다. 염경엽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3년 8개, 2014년 2개로 당시 9개 구단 가운데 최소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고의4구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고의4구를 지시한다. 올해 넥센의 고의4구 3개 가운데 1개는 에이스 앤디 밴 헤켄, 1개는 마무리 손승락이 내줬다. 밴 헤켄은 투수 스타일 때문에, 손승락은 진짜 위기였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밴 헤켄은 아예 포수가 서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 팀에서 고의4구를 지시하는 투수는 사실상 밴 헤켄 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고의4구를 허가 받은 앤디 밴 헤켄(왼쪽)과 "볼넷을 줘도 된다"는 지시에도 실투를 던진 김대우. (자료사진=박종민 기자/넥센 히어로즈)

 

그런데 감독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야구다. "볼넷을 줘도 된다"는 주문을 내렸지만, 공이 한 가운데로 몰려 고의4구를 지시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지난 1일 넥센-삼성전이 그랬다. 김영민-조상우를 차례로 내고도 3-7로 뒤져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던 넥센은 6회말 4점을 내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염경엽 감독은 1사 2루에서 김대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다시 승부를 보겠다는 교체였다. 김대우도 김상수를 1루 플라이로 잡으면서 위기를 넘기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 승부가 문제였다. 박한이와 박석민은 모두 언더핸드 투수에게 1할대로 약했다. 그런데 박한이는 김대우를 상대로는 나쁘지 않았다. 다시 승부를 끌고 가려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부할 필요는 없었다.

볼 카운트는 3볼-1스트라이크. 포수 박동원이 홈 플레이트 옆으로 빠져앉았다. 볼넷을 줘도 된다는 벤치의 지시였다. 그런데 김대우의 공이 가운데로 몰렸고, 박한이의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 좌익수 실책까지 나오면서 2점을 줬다. 염경엽 감독이 지적했던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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