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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기업인 사면, 재계의 어정쩡한 태도…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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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낸 13일 재계 안팎에서는 묘한 풍경이 연출됐다.

대통령 사면은 대기업들에게 몽매에도 그리던, 긴 가뭄 끝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30대 그룹 사장단은 바로 사흘 전 정부와 정치권에 기업인 사면을 호소하는 성명까지 발표했던 터이다.

주말을 지나 이렇게나 빨리 대통령이 즉답을 할 줄이야 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것도 잠시 빨리 자세를 잡는 모습을 보였다. 환한 표정에 환영 일색의 반응을 보여야 하지만 이내 '지금은 표정 관리할 때'로 입장을 정리한 듯 보였다.

대통령의 은전(恩典) 예고에 대대적인 환영 성명이나 입장으로 화답했을 텐데 오히려 고개를 바짝 숙이며 신중한 모습을 취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이날 오후 늦게야 조심스레 부회장 코멘트 한줄 정도 내는데 그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당 기업들은 더더욱 입을 봉한 채 납작 엎드린 모습이었고 이 같은 재계의 저자세 유지는 사면의 범위와 대상 윤곽이 잡힐 때까지 계속될 듯해 보인다.

사면은 그만큼 휘발성 강한 민감한 이슈였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재계 전체가 행여 다된 밥에 코 빠뜨릴 새라 조심에 조심을 다하는 눈치다. 재벌들에게 대통령의 사면은 '불감청 고소원'(不敢請固所願·몹시 바라는 바이지만 감히 청하지 못함), 딱 그것이었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나 해당 기업들에서 그동안 ‘경제 살리기’를 앞세워 총수없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못하는’ 구구한 이유를 댔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초 신년 인터뷰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작심하고 꺼냈던 기업인 사면·가석방 얘기는 담대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당시 박 회장은 많은 기업인들 중 최태원 SK 회장만을 특정해 풀어줘야 한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도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쪽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최 회장의 경우 "사법적인 절차와 판단이 다 끝나고 진행 중인 처벌도 상당기간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 나머지 잔여 처벌은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빵을 훔친 사람은 마지막 날까지 살고 기업인은 그냥 나와도 되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렵게 얘기를 하는 것은 그만큼 간곡한 심정으로 최 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속내를 비쳤다.

그러면서 말미에 "아이디어 첨단 업종이 주류인 SK그룹은 최 회장이 나올 경우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가야 하는 필사적인 경쟁 속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수장을 그렇게 내버려두는 것은 앞으로의 국가적 미래를 고려할 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 회장은 말을 맺었다.

이에 비해 30대그룹 사장단은 사면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면의 ‘사’자 한마디 도 넣지 않았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이면서도 장문의 성명 말미쯤에 슬쩍 끼워 넣기 식으로 언급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놓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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