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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법안, 입법예고만 해놓고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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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다중대표소송제 등 상법 개정안 추진…朴대통령 재벌 총수 만난후 무산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구제수단을 확대하며(생략)…주주총회의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써 투명하고도 건전한 경영 및 기업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임"

지난 2013년 7월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그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입법 예고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이사회의 업무감독 기능 강화, 집중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법무부는 법안 마련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상법 개정'이라는 주제를 놓고 두차례의 공청회를 갖기도 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여러 장치들은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어서 '황제 경영'의 민낯을 보여준 롯데그룹 사태를 비춰보면 그 필요성이 더욱 컸다는 분석이다.

우선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이사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모회사까지 손해를 보게 되지만, 모회사가 책임 추궁을 하지 않으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상장회사 경영진이 자회사를 통해 회사의 이익에 반해 사익을 추구하는 관행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이 없다는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1998년 도입된 집중투표제를 기업들이 대부분 채택하지 않자 일정 자산규모 이상 기업에게 의무화해 실효성을 높이려 했다.

전자투표제 역시 소수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쉽게해 대주주의 경영 독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선택 사항에 그치다보니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일정 조건의 상장회사부터 전자투표를 의무화할 생각이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주총회 참석율은 25%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영국(73.5%), 독일(56.7%), 프랑스(69.6%)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크다.

경영에 대한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것은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 선출(일반 이사와 감사위원 이사를 따로 뽑는 방식)과 집행임원 의무 도입이다.

분리 선출제도는 지난 1962년부터 시작된 제도지만, 지난 2009년 일괄선출 방식으로 바뀌면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재벌 총수 등 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이 무색해졌다.

정부는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리 선출제도와 의결권 제한을 추진하려고 했다.

집행임원제는 기업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고있지만 사내이사로 등기되지 않아 이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경우를 막기위한 것이다.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 '숨어있는 핵심 실세'도 이사회의 통제를 받을 뿐더러 과실에 대한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재계의 반대에 묻혀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해 8월말 10대그룹 총수와 청와대 오찬을 한 이후 경제민주화 관련 제도 개선은 '올 스톱'됐고 정부는 법안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당시 재계는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경제민주화에 대해 적극 반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도 비슷한 취지의 상법개정안이 다수 올라와 있지만 아직까지 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 사태를 계기로 애초 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들이 이제라도 도입될지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국민 여론 뿐아니라 여당에서도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극히 낮은 지분율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막을수 있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 공청회에 참여했던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사회가 대주주에 종속돼 있어 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감독,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가 극히 미약하다"고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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