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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의 "돌았다"와 양의지의 "빠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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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

'야속한 심판' 한화 로저스가 27일 NC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공을 받는 모습(위)과 두산 양의지가 삼성전에서 9회 삼진을 당한 뒤 구심을 바라보는 모습.(사진=한화, 스카이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27일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 판정 논란이 뜨겁습니다. 박빙의 승부처에서 나온 판정 하나가 경기의 분수령이 됐던 까닭입니다.

먼저 NC-한화의 마산 경기입니다. 한화 외국인 에이스 로저스는 6회 2사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석연찮은 볼 판정 하나에 평정심을 잃고 무너졌죠.

2사 후 NC 김준완과 풀 카운트 승부를 펼친 로저스는 바깥쪽 슬라이더를 승부구로 삼았습니다. 김준완의 방망이는 나가려다 멈췄는데 포수 조인성까지 한화 배터리는 스윙을 확신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습니다. 삼진이었다면 이닝이 종료돼 1-0 리드와 승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3루심의 손은 올라가지 안았습니다. 김준완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로저스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3루심 쪽으로 바라보면서도 뭐라고 소리쳤죠. 느린 화면으로 보면 김준완의 체크 스윙은 절반 이상을 살짝 넘어 스트라이크를 줘도 무방할 만합니다.

이후 로저스는 이종욱의 안타와 도루로 맞은 2, 3루 위기에서 조영훈에게 2타점 역전 우전 안타를 맞습니다. 로저스는 2사 2루 나성범 타석에서도 2-2 볼 카운트에서 회심의 몸쪽 직구를 던졌으나 볼로 판정됐고, 이후 쐐기 적시타를 내줬습니다.

로저스는 구심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구심이 마운드 위로 올라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은 조인성의 저지와 한화 통역의 설명으로 불상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이닝을 마친 뒤 로저스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결국 한화는 1-4 패배를 안았죠.

'논란의 체크 스윙' 27일 한화전 6회말 2사에서 나온 NC 김준완의 체크 스윙. 방망이 끝이 살짝 절반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대구 삼성-두산의 경기에서도 정도와 공수는 다르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두산의 9회초 공격 때였죠. 두산은 9회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추가하며 6-7, 1점 차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다음 타자는 5번 포수 양의지. 타격 7위(.337)로 두산에서 가장 높은 타율, 가장 믿을 만한 타자였습니다. 더욱이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안타와 볼넷 2개로 1실점, 흔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잘만 하면 동점, 나아가 역전까지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창용은 과연 베테랑이었습니다. 초구, 2구 잇딴 파울을 유도, 유리한 볼 카운트를 가져갔습니다. 이후 3구째 바깥쪽으로 흐르는 커브로 유혹하는 노련함을 보였습니다. 양의지도 호락호락하게 속지 않았습니다.

이후 4구째가 논란이 될 만한 공이었습니다. 삼성 포수 이지영은 완전히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습니다. 다시 한번 유인구로 스윙을 부를 의도로 볼 만했습니다. 임창용은 다시 커브를 던졌고, 양의지의 방망이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고, 불의의 삼진을 당한 양의지는 깜짝 놀라 펄쩍 뛰었습니다. 포수였기에 더 억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빠졌다"는 항의를 해봤지만 번복 불가였습니다. 외야 뜬공 하나면 동점일 수 있었던 두산은 후속 고영민마저 삼진을 당해 그대로 1점 차 패배를 안았습니다.

'논란의 커브' 27일 삼성-두산의 대구 경기 9회초 1사 만루 두산 양의지 타석 때 삼성 마무리 임창용이 뿌린 4구째 커브 장면. 포수 이지영이 빠져 앉은 가운데 포구한 위치 역시 애매하다.(사진=스카이스포츠 화면 캡처)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입니다. KBO 리그는 물론 미국,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죠. 비디오 판독 대상에서도 빠져 있습니다. 여기에 선수와 감독이 거칠게 항의를 했다가는 자칫 퇴장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심판의 권위와 자존심이 걸린 민감한 부분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포수 강민호(롯데)는 9회 1사까지 역투하던 류현진(LA 다저스)의 바깥쪽 공이 잇따라 볼로 판정되자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가 퇴장 명령을 받기도 했죠.

각 리그마다 차이는 있지만 규정된 스트라이크 존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존이 기계처럼 일관될 수는 없습니다. 심판마다 자기만의 존이 있는 까닭입니다.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초반 구심의 성향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는 승부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 심판은 볼인데 다른 심판은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또 심판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KBO 리그의 모 심판은 최초 스트라이크 제스처를 취했다가 이후 볼로 번복하며 양 쪽 벤치에 양해를 구하는 해프닝을 연출한 바 있습니다. 스트라이크성 공이 볼로 판정된 이후 적시타를 때려내는 혜택을 입었던 모 선수는 "(스트라이크로) 들어왔다고 얘기할까요?"라며 심판의 판정 실수를 에둘러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체크 스윙 역시 육안으로는 100% 판별이 어렵습니다. 스윙도 투구 못지 않게 고속으로 이뤄진다. 100년 넘는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판정은 여전한 숙제죠. 추신수(텍사스)가 최근 석연찮은 볼 판정의 희생양이 됐고, 강정호의 피츠버그 팀 동료 A.J. 버넷 역시 지난달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해 삼진이 무산된 뒤 홈런을 내주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등 이런 문제는 야구 본토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겠죠. 인간의 한계 때문이 아닌 이유라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판정 불이익의 필요악은 특정팀만이 아니라 리그 전체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음모론은 그야말로 설에 불과할 겁니다. KBO 리그 심판위원장을 비롯해 심판들도 "최선을 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육안의 한계는 있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의도는 절대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한화가 불이익을 당했다지만 바로 전날 삼성과 홈 경기에서는 다소 판정의 유리함을 입은 부분이 있을 겁니다. 당시 삼성은 선발 장원삼의 공이 애매하게 볼로 선언되는 상황을 겪었으나 하루 뒤인 두산전에서는 반대의 경우를 경험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존까지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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