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자신의 대표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 7개월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비주류의 사퇴요구에 안철수 의원이 '혁신안 실패'을 주장하며 가세하더니 이번에는 범친노 수장격인 정세균 의원까지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비주류와 안철수 의원까지는 당권과 대권을 포함해 여러 현안을 놓고 대척점에 섰던 관계인만큼 '권력 다툼'으로 볼수 있지만, 최대 우군이었던 정 의원의 사퇴 요구는 문 대표에게 뼈아플수 밖에 없다.
정 의원은 9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원탁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논의한 뒤 거기서 물러나라면 물러나고 재신임을 하면 대표직을 유지하라"고 밝혔다.
그도 비주류 측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본것이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지적하는 부분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문 대표 측에서 정 전 대표의 주장에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사전 교감이 없어 아쉽고 당혹스럽다"는 한 문 대표 측근의 말은 이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문 대표의 운명은 스스로 선택한 '재신임 여부'에 달려있다.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진 것은 '더 이상 당이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 점은 자신을 비판하는 쪽과 같지만 방점은 정반대에 찍혀 있다.
문 대표는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며 "저는 오로지 단결과 단합을 위해 인내하고 또 인내했고, 포용하고 또 포용했으며, '신당', '분당’을 함부로 얘기하는 분들조차 끌어안으려 노력했지만,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산 때문에, 또는 계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재신임 이후 '혁신'과 '통합'에 이어 '기강'을 당 운영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비노 측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대표와 가까운 수도권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사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당 대표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가 도를 넘었다"며 "국민과 당원에게 재신임을 물어 '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두고 정계를 떠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일단 '투 트랙'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나는 오는 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 통과와 연계하는 것이고, 이와 별도로 국민여론조사(50%)+당원 투표(50%)로 재신임을 묻는 것이다.
공천 혁신안이 비주류 반발속에서도 최고위와 당무위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중앙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 대표의 운명은 별도의 재신임 평가 결과에서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만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 응답률이 높게 나오겠지만, 당원투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당원 투표에 중요한 변수다. 당원들이 문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 당 대표직을 유지하겠지만 반대일 경우 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하다.
'당심'은 문 대표 체재에 대한 불안감과 문 대표 사퇴 이후 당의 표류 가능성을 놓고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구체적인 조사 시기도 변수가 될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