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에 참석,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 통과에 대표직을 걸고 전 당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11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는 당헌이나 당규에서 규정된 사항이 아니고 본인의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최고위원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자신이 공언한 방식을 밀어붙인다는 입장이여서 당내 갈등과 반발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 공개회의는 당초 예정됐던 시간을 40분 넘긴 오전 8시40분에 시작됐다. 일부 최고위원 등 회의 참석자들이 늦게 도착해 공개회의 전 갖는 사전회의가 늦게 시작한 탓도 있었지만 이날 공개회의 발언내용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전회의에서 문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만큼 이날 공개회의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공개회의 없이 비공개회의만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공개회의를 짧게 하되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3명만 국정감사 등 시국과 관련된 공개발언을 하고 다시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기로 잠정합의하고 공개회의로 전환했다.
이석현 부의장의 발언 직후 사회를 맡은 송찬식 사무부총장은 회의를 서둘러 비공개로 전환하려 했지만 오영식 최고위원의 "16일 중앙위와 재신임을 재고해달라"는 돌발발언을 하면서 회의장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대표의 거취 문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조차 없이 이뤄진 상황이라면 과연 이 지도부가 정책운명공동체인지 아니면 들러리만 서는 것인지 매우 심각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당의 최고 혁신은 통합이고 혁신은 통합이 토대가 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정중히 16일로 예정된 중앙위 개최와 재신임 투표를 당 대표가 재고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재신임 방식과 조기 전당대회 등 무엇이든 그 논의는 우선적으로 혁신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마무리 짓고 난 뒤 최고위 등 공식 통로를 통해 의견을 모아서 (재신임 여부를 결정) 하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이런 발언 직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도 지도부는 격론을 이어갔다.
재신임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을 포함한 조기 전당대회에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런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 표결방식에 대해서는 명백히 반대한다"며 "국민과 당을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고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조기) 통합 전당대회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재신임 재고’를 다시 한 번 강하게 요청했다. 오 최고위원은 "그 방법(재신임)만으로 당의 혁신과 통합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당원들의 뜻을 모을 수도 있고, 대표의 판단을 두고 다 안팎에서 이런저런 오해도 있기 때문에 재신임 재고를 요청했는데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전병헌 최고위원은 "어떤 혁신이 되건 간에 재신임이란 과정을 거쳐 당의 정비가 불가피하다. 우리당이 현재 이런 상황으로 계속 총선까지 가서는 희망이 없다. 일단 한번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문 대표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문 대표가 최고위원과 협의 없이 재신임 하겠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그 방법도 대표 스스로 방법도 정해서 하라고 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에 대해 과연 얼마나 당원이나 국민이 승복할진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면 재신임을 묻고 방법은 최고위에서 의논한다든지 당원의 의견을 물어 결정해야 하는데 '본인이 문제 내고 본인이 채점하고 본인이 발표하겠다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 당원과 국민이 인정해 줄지가 걱정돼서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