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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의도, 정쟁만 벌이다간…'바꿔' 열풍 휘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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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박 대통령의 물갈이론을 경계해야

국회 자료사진 (사진=윤창원 기자)

 

내년 총선의 가장 큰 변수는 누구일까?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야 정치권을 통틀어 박 대통령만큼 총선 승리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연구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앞으로 5개월 동안 그런 대통령과 경쟁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싸움도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정치를 보면 늘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사학법 투쟁 때나 이명박 정권에서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 때도 특유의 돌파력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20대 총선을 5개월 앞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여의도 정치권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로 ‘바둑돌’을 놓았다 거둬들였다 할 개연성이 있다. 그것이 옳은 일이든 그른 일이든 정치권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라는 나름의 판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물갈이를 향한 박 대통령의 결심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배신의 정치 심판론’이 첫 메시지였다면 ‘진실한 사람 선택’은 두 번째 메시지이자 투표의 가이드라인으로 정치권 교체의 강한 의지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철옹성 같은 지지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극단적인 언어를 사용해 박 대통령을 공격하지만 박 대통령을 넘지 못하면 100석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금의 야당 모습으로서는 대통령을 넘어서기는커녕 ‘일합’을 제대로 겨뤄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야당에 대해 너무 박절하다고 지적하겠지만 풍비박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야당이 너무 한심해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지나치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큰 사건·사고만 터지지 않는다면 야당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힘든 선거를 내년에 치러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 여론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을 것이다. 19대 국회를 공격·비판함으로써 여의도 물갈이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함은 물론이고 지지부진한 국정 개혁의 책임을 전가하려 할 것이다. 지금도 일정 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비생산적이라거나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국회 불신의 반영으로 향후에는 그 강도를 더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야당만이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도 싸잡아 교체 대상으로 엮으려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청와대를 탓하기에 앞서 청와대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가적 개혁 아젠다를 놓고서도 당리당략을 따른다. 손해를 보는 듯한 협의(協議)의 정치를 하기 보다는 이해타산적 정치에 익숙해 있다. 선거구 획정 협상이 대표적이다. 스스로 정한 시한을 어겼다. 특정 시·군을 대상으로 한 지역구 존폐가 해당 국회의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할지라도 국가 전체로 볼 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영호남 지역구가 몇 개 없어진다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선거구가 서너 개 늘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또한 국회의원 숫자를 3명 더 늘려 303명으로 증원하면 국민이 불화살이라도 쏠 것 같지만 ‘너희들 그럴 줄 알았다’는 푸념성 비판을 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 때문이라며 상대방에게 책임 돌리기에 급급하다. 현역 의원들인 자신들에게는 결코 불리하지 않기에 뒤에선 무언의 미소를 짓고 있다. 선거구 획정을 신속히 해야 정치 신인들에게 활동 공간을 줄 것 아니냐는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네탓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청와대가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다. “공천의 공정성보다는 참신성이 중요하다”(윤상현 의원)면 여야의 행태(선거구 획정 지체)는 정치 신인들의 진출을 막으려는 야합으로 봐도 무방하다. 여야 지도부가 청와대에 공격의 빌미, 호재를 스스로 제공한 셈이다. 19대 국회는 청와대로부터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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