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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변연하가 MVP가 되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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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했던 올스타전 '옥에 티' 3점슛 우승자 오류도

'진짜 MVP, 선수들은 안다'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남부 선발팀이 중부 선발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변연하를 헹가래쳐주고 있다.(당진=WKBL)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17일 충남 당진체육관.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모처럼 치열한 승부의 긴장감을 내려놓고 팬들을 위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연고 구단이 없는 당진에서 열린 점부터 의미가 있었다. 여자프로농구(WKBL) 팬들의 저변 확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있었다.

메인 경기 전 이벤트의 주제는 WKBL의 과거와 미래였다. 먼저 내일의 선수를 꿈꾸는 W 유소녀 클럽의 경기가 펼쳐졌고, 이어 왕년 WKBL 무대를 누볐던 코치들과 연예인 농구팀의 경기가 이어졌다. 이후 메인 이벤트인 올스타전이 펼쳐졌으니 WKBL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한 셈이었다.

하프타임과 작전 시간에도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홍아란(국민은행), 강이슬(KEB하나은행), 이승아(우리은행) 등 6개 구단 미녀 선수들은 'W 스페셜 공연'에서 화려한 춤과 치어리딩 실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올 시즌 신인과 외국인 선수들도 음악에 맞춰 댄스를 펼쳤다.

국민은행 홍아란(오른쪽)이 17일 올스타전에서 전보물(KDB생명) 등 6개 구단 미녀 선수들과 함께 'W 스페셜 공연'을 펼치고 있다.(당진=WKBL)

 

경기도 올스타전답지 않게 뜨거웠다. 남부 선발(삼성생명 · 신한은행 · 국민은행)이 1쿼터 초반 중부 선발(우리은행 · KEB하나은행· KDB생명)에 10점 차 이상 뒤졌지만 모니크 커리(신한은행)의 14점 활약에 27-19로 뒤집었다. 커리는 전반 종료 버저비터 3점포를 날리는 등 전반에만 17점을 쏟아부어 46-40 리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중부 선발은 3쿼터 모스비의 13점 활약으로 67-65로 전세를 바꿨다. 이후 4쿼터에도 기세를 이어갔고 종료 2분여 전까지 82-78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남부 선발에는 그러나 베테랑 변연하(국민은행)가 있었다. 변연하는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기면서도 버저비터 3점포를 꽂으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변연하는 이어진 공격에서 곧바로 통렬한 동점 3점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남부는 종료 1분 22초 전 커리의 미들슛으로 드디어 86-84 리드를 잡았다.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변연하가 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종료 14.7초 전 변연하는 다시 3점포를 꽂으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남부 선발이 89-84로 이기며 최근 3년 연속 올스타전 승리를 거뒀다.

변연하는 4쿼터에만 양 팀 최다 9점을 넣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4쿼터 승부처에서만 모두 3점슛을 꽂는 등 18점 4리바운드 1도움을 기록했다. 18분49초를 뛰면서 3점슛 8개 중 6개, 75%의 고감도 성공률이었다.

변연하가 17일 올스타전에서 3점슛을 시도하고 있다.(당진=WKBL)

 

하지만 MVP의 몫은 커리에게 돌아갔다. 커리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64표 중 37표를 얻어 영예를 안았다. 2014년 이후 2년 만의 수상이었다. 커리도 충분히 자격은 갖췄다. 이날 양 팀 최다 22점 12리바운드 더블더블 활약을 펼쳤다.

다만 이날 극적 승부의 중심에는 변연하가 있었다. 커리는 4쿼터 변연하와 같은 4분28초를 뛰면서 2점 2리바운드 1도움 1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승부의 추를 다시 가져온 선수는 단연 변연하였다. 경기 후 시상식 때 사회자가 MVP를 호명하기 직전 관중석에서도 "변연하!"를 연호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커리가 MVP로 호명되자 탄성이 새나왔다.

이는 투표 방식 때문이다. 올스타전은 대개 빠른 집계를 위해 4쿼터 도중 기자단 투표가 진행된다. 이날은 3쿼터를 마친 뒤 투표용지가 회수됐다. 때문에 당시까지 남부 선발이 이길 경우에는 3쿼터까지 20점을 넣었던 커리가 유력한 MVP 후보였다.

4쿼터 맹활약을 펼친 변연하는 3쿼터까지 9점에 머물렀고, 강아정(국민은행)의 13점보다 기록이 뒤졌다. 때문에 변연하는 취재진의 MVP 후보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 3쿼터 기록을 토대로 한 투표에서 2위는 강아정의 24표였고, 나머지 3표는 3쿼터까지 3점을 넣은 김단비(신한은행)에게 갔다. 변연하는 1표도 없었다.

올스타전 투표 방식 논란은 남자 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4쿼터 기록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MVP 투표가 이뤄지는 까닭에 받을 만한 선수가 제외되기도 한다. 물론 올스타전은 이벤트 경기라 승패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4쿼터에 승부가 갈리는 농구의 특성상 투표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모 감독은 이런 사정을 들은 뒤 "아 그래서 변연하 대신 커리가 뽑혔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잖은 농구 관계자들이 "4쿼터 뒤 투표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입을 모았다. 팬들을 위한 올스타전인 만큼 팬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인배 바니공주' 남부 선발 커리(20번)가 17일 올스타전 MVP로 뽑히자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가운데 변연하(10번)가 동료들과 함께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당진=WKBL)

 

한국여자농구연맹도 사정이 있다. 경기 후 곧바로 시상식이 진행돼야 하는 까닭에 집계를 위해 경기 종료 전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연하는 지난 2009년 올스타전 MVP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수상했다면 김영옥(전 현대-국민은행), 박정은 삼성생명 코치 등과 함께 2회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지만 기회를 커리에게 양보해야 했다.

경기 후 변연하는 "아쉽지 않느냐"는 말에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임근배 남부 선발 및 삼성생명 감독은 "대부분 국내 선수가 MVP를 받는데 커리가 수상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3점슛 콘테스트는 우승자가 잘못 결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초 결선에서 박혜진(우리은행)이 15점으로 통산 3번째 우승을 거둔 것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박하나(삼성생명)가 이긴 것으로 밝혀졌다.

1분 안에 던져야 하는 25개 공 가운데 5개는 컬러볼로 2점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박하나는 컬러볼 등 점수 계산상의 착오가 있어 당초 17점이었지만 14점으로 집계됐다. WKBL은 비디오 자료를 확인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박하나가 우승한 것으로 정정했다. 박혜진의 통산 최다 3회 우승은 취소되고 박하나는 2년 연속 우승의 우승을 뒤늦게 누리게 됐다. 풍성하고 의미있게 치러진 올스타전에서 나온 '옥에 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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