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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알파고에 진 것 아냐…패배자는 다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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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지켜본 문학계 "경쟁·독식 구도에 기댄 인간중심주의적 사고의 패배"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에서 인상을 쓰며 바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두 차례 패한 것을 두고, 문학계에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진 것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질만능주의 안에서 경쟁 논리에 밀려난 가치를 곱씹어보자는 신호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다.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211수 끝에 불계패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초반부터 한 순간도 앞섰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제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런 것이 없었다. 알파고의 완승이고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세돌의 2연패를 접한 작가 전민식은 "일단 기본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무서움"이라며 "기계의 발전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공상 속에서나 이뤄지던 우려가 이번 대국을 통해 가능하다는 느낌도 들더라"며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사고'까지 기계에게 주어진다면 작가라는 사람, 더 나아가 여러 분야에서 사람들이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소수의 사람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그러한 세상을 향한 신호탄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문인들은 그러면서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우리 스스로 '자성'과 '공존'에 바탕을 둔 인간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시인 원재훈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인류 대표와 현존하는 최고 기술의 대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이러한 대결 구도보다는, '인간이 지닌 소중한 가치를 잃어 버리지 말자'는 신호로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바둑을 가장 잘 두는 기계로서 1등은 알파고로 정해졌는지 몰라도, 인간에게는 결코 순위를 매길 수 없다"며 "기계가 갖지 못하는, 인간이 지닌 타인에 대한 연민, 배려, 공존의 가치를 곱씹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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