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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카뮈, 두 '이방인'의 시공 초월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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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뮤지컬 '페스트'…카뮈 동명소설 원작에 서태지 노래 20여곡 입혀

알베르 카뮈(왼쪽)와 서태지(사진=자료사진)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와 한국의 뮤지션 서태지(1972~).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두 인물이 하나의 작품을 빚어냈다. 그 협업의 결과물이 뮤지컬 '페스트'다.

뮤지컬 페스트 제작진과 출연진은 30일 서울 행당동에 있는 디노체컨벤션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작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얼핏 보면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카뮈와 서태지가 한 작품에서 만난 데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의 맹점을 길어 올린 이방인의 시선을 견지한 까닭이다.

시대의 맨얼굴을 직시하면서 동시대인들에게 자신이 느낀 것들을 냉철하면서도 감수성 짙은 작품으로 전달하려 애쓴 인물. 카뮈와 서태지라는 이름은 그렇게 기억될 수 있다.

뮤지컬 페스트는 저항과 연대의 메시지를 담은 카뮈의 동명 소설에 원작을 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기술적으로 의학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가까운 미래, 첨단도시 오랑에서 수백 년 전 창궐했던 페스트가 발병한다. 시스템이 제공하는 풍요 속에서만 살아 온 시민들, 완벽하게만 보였던 도시는 생각지 못한 재앙 앞에서 대혼란을 겪게 된다. 그 아비규환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이 펼쳐진다.

제작진은 이 이야기에 서태지의 초창기부터 솔로음반을 아우르는, 시대정신을 담은 음악 20여 곡을 극의 상황에 맞게 입혔다.

 

대표적으로 이날 제작발표회 무대에서는 주인공인 의사 리유 역의 손호영과 박은석이 듀엣으로 뮤지컬 페스트에 삽입된 서태지의 '슬픈 아픔'을 불렀다.

"나는 몇 해 전인가 빛을 버리고 어둠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네/ 이젠 분명히 내가 꼭 가야할 곳이 있는데// 내가 여기 있는 건 무슨 뜻일까 이 많은 슬픔들은 무얼 말하나/ 나는 네게서 떠날 순 있지만 이겨낼 순 없는 걸 난 알아버렸어// 떠나가버린 많은 사람들과 비참히 찢겨버린 나의 외로움/ 가야하겠어 나의 세상으로 이 슬픈 아픔들이 다 날아갈 수가 있게…."

잔혹한 현실을 살면서도 진짜 '나'를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노래 가사는 카뮈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이요 삶에 대한 긍정이라는 메시지 말이다.

노우성 연출은 "카뮈라는 작가와 서태지라는 아티스트가 표현해낸 예술 작품이 잘 만나도록 해야 한다는, 두 사람의 작품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운명적으로 만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숙제였다"며 "자포자기에 빠진 동시대 시민들에게 저항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던 카뮈의 글들을 보면서, 저항의 의미를 잃어버린 시대로 가보면 어떨까 고민했고, 그 결과물로서 시공간 배경을 원작과 다르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페스트는 오는 7월 22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역삼동에 있는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앞서 프리뷰 공연이 7월 20, 21일 같은 곳에서 펼쳐진다. 만 7세 이상 관람가, 150분 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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