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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사드, 위급상황 터지면 우왕좌왕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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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사드 강연 중계 ①] "성공 희박한 게임에 참여해야만 하는가"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지난 13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속전속결로 이뤄진 이번 결정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왜 암암리에 전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까요. 사드는 완전한 무기체계일까요. 이는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세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정부 발표 이튿날인 14일 서울 종로에 있는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열린, 평화운동가이자 MD(미사일방어체제) 전문가로 꼽히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사드의 거의 모든 것'을 중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완의 사드, 위급상황 터지면 우왕좌왕 불 보듯"
② "사드 철회하면 한미동맹 약화? 오바마는 그럴 수 없다"
③ 사드 가동 시점, 왜 내년 대선과 딱 맞물리나


국방부가 사드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확정 발표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 항의방문한 성주군민들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사드 배치의 핵심은 방어이니 이것부터 따져봐야겠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 했는데, 일단 사드로 수도권 방어가 안 된다는 건 정부도 시인을 했어요. 요즘 언론에서 나오는 게 '미군기지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경기도 평택이 동북아 미군기지의 허브로 크고 있는 만큼, 이곳을 방어할 목적이라는 거죠. 여기에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사드의 최대 사거리는 200㎞로 알려져 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성주에서 수도권까지는 230㎞로 요격 미사일이 닿지 못한다. 성주에서 평택까지의 거리는 160~165㎞이니 방어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정욱식 대표는 최대 사거리와 유효 사거리의 차이를 들며 사드로 미군기지를 방어하는 것 역시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냈다.

"미사일이 지표면을 따라 날아가는 게 아니니 최대 사거리를 적용하면 안 됩니다. 가령 고도 50㎞에서 요격하려면 지표상의 거리는 200㎞가 아니라 170㎞ 정도로 짧아질 수밖에 없어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고도가 높아질수록 유효 사거리도 짧아지니, 평택까지 닿을락 말락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북한의 미사일이 북쪽에서 날아올 텐데, 이 미사일이 사드의 최저 요격 고도인 40㎞에서 도달하는 위치는 평택권이 아니라 휴전선 인근이나 수도권이라는 겁니다. 결국 평택 방어 자체가 안 되는 거죠. 이 점을 국방부든 언론이든 이야기하지 않고 있어요."

성주와 평택은 거의 수평선상에 자리잡고 있다. 이로 인해 평택에 탄두가 떨어질 경우 사드는 이 탄두의 측면을 요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탄두가 파괴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이다.

"사드를 포함한 MD의 요격 미사일 안에는 폭탄이 없어요. 요격 미사일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초속 3~5㎞로 떨어지는 탄두와 직접 충돌하는 직격탄 방식을 채택하고 있거든요. 이에 따라 사드는 목표물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 요격 성공을 기대해 볼 수 있죠. 그런데 지리적으로 성주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은 평택에 떨어지는 탄두의 측면을 요격하게 됩니다.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탄피가 두꺼운데다, 앞이 뾰족한 꼬깔콘 모양이어서 빙글빙글 돌기까지 하는 탄두는 측면에서 요격할 경우 파괴하기 힘들어요."

앞에서 살펴본 문제는 결국 "성주와 측면으로 약 110㎞ 떨어진 계룡대, 160㎞ 거리의 군산공군기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정 대표의 강조점이다.

"사드 미사일이 탄두를 맞추더라도 낙하지점이 조금 바뀔 뿐 탄두가 파괴되지 않은 채로 떨어질 수 있어요. 동해를 사이에 둔 일본이나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달리, 남북한 사이에는 바다가 없잖아요. 휴전선 이남은 대부분이 인구 밀집 지역인데,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둔 우리가 이런 (성공이) 희박한 게임에 참여해야만 하는가라는 우려가 듭니다."

◇ "사드, 비는 옆에서 들이치는데 위로만 우산 쓰고 있는 격"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을) 지상 40~150㎞ 지점에서 격추하는데, 방사능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지난 2000년 발간된 유엔 보고서에는 '대기권에서 핵 폭발이 일어나면 풍향에 따라 그 피해 범위가 넓어지고 땅으로 내려온다고 돼 있다"며 "김관진 실장이 만났다는 과학자와 유엔 과학자를 불러 청문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요격 실험 성공률이 100%에 육박한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실험이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군 자료를 찾아본 결과, 이들 실험은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미사일, 그것도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미사일을 상대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단 날씨가 좋지 않으면 실험은 취소됐어요. 사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날씨가 좋아야 하는 거죠. 좋은 날씨만 골라서 전쟁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또한 중거리핵미사일폐기협정에 따라 미국은 땅에서 미사일을 쏠 수 없으니 수송기에서 미사일을 떨어뜨려 요격하는 실험을 합니다. 1, 2, 3단계 추진체와 탄두가 분리되지 않아 크고 느린 미사일을 상대로 성공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요격 훈련을 하는 거죠."

'골키퍼에게 공 차는 방향을 알려주는 격'인 이러한 실험과 달리, 사드가 실전에 배치될 경우 수많은 변수에 따라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전에서는 상대가 언제 미사일을 쏠지 모릅니다. 한 시간이 될지 하루가 될지, 완전히 짜여진 실험과는 다른 거죠. 이 경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어요. 오래 켜둔 컴퓨터를 재부팅해야 하는 것처럼요. 기본적으로 사드를 포함한 MD는 초정밀 컴퓨터로 네트워크가 짜여져 있습니다. 그만큼 오래 켜 두면 과부하에 의한 오류도 커진다는 말이죠. 작전병의 극심한 피로도 마찬가지 문제입니다."

그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벌어진 광경을 예로 들었다.

"당시 미군은 사드와 요격 원리가 동일한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배치했지만, 아군인 미군 전투기 2대와 영국 전투기 1대를 요격했어요. 한 번은 피로에 지친 작전병이 적의 미사일로 알고 요격하려고 했는데, 옆에 있던 기술자가 아군 전투기라고 말려서 격추를 피했어요. 자신이 아군의 레이더에 표적으로 잡혔다는 걸 알게 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가 패트리어드 미사일 부대의 레이더를 공격한 일도 있었죠. 실전에서는 이러한 일이 다반사예요. 더욱이 한반도처럼 전장이 좁은 곳에서 이게 제대로 작동할 거냐는 겁니다."

그는 "레슬링에 비유하면 사드는 상체만 공격할 수 있는 그레꼬로만형, 북한의 타격 수단은 하체까지 공격할 수 있는 자유형"이라고 했다. "북한은 사드를 회피할 다양한 수단을 지녔다"는 말이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와 지대지 미사일은 계룡대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으면서도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사드로 요격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고고도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는 거죠. 비는 옆에서 들이치는데 위로만 우산을 쓰고 있는 게 우리의 상황입니다. 사드를 포함한 MD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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