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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선택권 없어"…'복종' 명령에 몰아치는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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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영화 '쇼크룸: 밀그램의 실험' 재구성 ③]

고위 관료들이 "민중은 개·돼지" "천황폐하 만세"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 나라. '헬조선'이라 불리우는 대한민국의 뒤틀린 초상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듯 시대에 뒤떨어진, 위험한 생각을 지닌 이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기게 됐을까. 파란 눈의 두 심리학자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내놨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헬조선 개돼지론'에 관한 두 심리학자의 명쾌한 해설
② '이것은 옳은 일'…뒤틀린 신념이 빚은 비극 '헬조선'
③ "넌 선택권 없어"…'복종' 명령에 몰아치는 '저항'


다큐 영화 '쇼크룸: 밀그램의 실험' 스틸컷(사진=EBS 제공)

 

실험자: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실험을 계속하세요.

피실험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이죠? 누구나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나치의 600만 유대인 학살을 이해하기 위해 벌인 '복종'을 주제로 한 실험에서, 학생에게 전기충격을 가해야 하는 교사 역할의 피실험자들이 실험자의 명령에 보인 반응은 몹시 흥미롭다.

실험자는 피실험자들에게 네 가지 다른 표현으로 실험을 계속할 것을 요청했다. 1단계 "계속하세요" "계속 진행해 주세요", 2단계 "실험을 하려면 계속해야 합니다.", 3단계 "반드시 계속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계속해야 합니다" 순이다.

심리학자 스티브 레이처는 밀그램 실험의 참가자들에 특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밀그램 연구의 참가자들은 대의를 위해 이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바로 학습 과정을 연구한다는 대의다. 실험자는 '이 사회의 필수인 교육 증진을 위해 자신과 함께 과학 세계를 탐구하자'고 유혹한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은 힘겹게 실험을 해나가게 된다. 학생의 목소리는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학생의 괴로워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피실험자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하지만 곁에서 실험자가 자신을 설득하고 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은 지금 하는 일이 좋은 일이라고 믿기로 한다."

그는 "만약 실험자가 설득하지 못하면 피실험자는 이렇게 묻는다. '왜 실험을 계속해야 하나?'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 혹은 '이 사람은 죽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실험자는 권위를 상실하게 된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실험에 몰입하는 기분이 드는 한 이들은 실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면 궁극적으로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에 균열을 내는 것이 바로 '명령'이다. 앞서 나열한 실험자의 네 가지 요청에서 "네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마지막 단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당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실험자의 말에, 피실험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이죠?" "저는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당장 나갈 수도 있어요" "계속하지 않겠어요." "누구나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라며 명령에 저항했다.

◇ "선택의 여지 적을수록 더욱 선택권 요구…스스로 역사 만들어 나가는 것"

스티브 레이처는 이러한 피실험자들의 저항을 만들어낸 상황에 밀그램 실험의 핵심이 있다고 강조한다.

"밀그램 연구에 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한 가지는 '인간은 본디 명령에 복종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험자가 피실험자에게 요청하기보다는, 명령할수록 피실험자가 전기충격을 진행할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밀그램은 피실험자가 실험을 주저할 경우 실험자가 사용할 수 있는 몇 가지 문구를 착안했는데, 그중 단 한 가지만이 명령이었다.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드시 계속해야만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든 실험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령을 이행하거나 실험을 지속하기는커녕 '나도 선택권이 있어요'라고 주장하며 실험을 중단했다."

레이처의 설명대로 밀그램이 실시한 다양한 실험 버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계속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여기서 우리는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물음에 직면하게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레이처는 개인의 선택과, 이에 뒤따르는 책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선택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우리는 다르게 행동하고 변화를 일으키며 세상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하나 떠올려보자. '이민자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공공비 지출 삭감 문제에 대해서는요?' 어떤 것이든지 말이다. 그 이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칠 것이다. 이토록 다양한 의견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뒤따를 것이다."

또 다른 심리학자 알렉스 하슬람 역시 이 점에 동의하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밀그램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포착해냈다고 생각한다. 밀그램 연구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복종' 혹은 '저항'이 아니라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적을수록 더욱 더 선택권을 요구하고 되찾고자 애를 쓴다. 그렇게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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