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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안녕' 세상 떠난 동료에 바치는 감동의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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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의 1번타자이자 왼손타자인 디 고든은 1회말 첫 타석에서 오른손타자 헬멧을 쓰고 오른손타자 배터박스에 섰다. 디 고든이 이벤트가 아닌 정규 경기에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마이애미 인근 해변에서 보트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팀 동료 호세 페르난데스를 추모하는 행동이었다.

디 고든을 비롯한 마이애미의 모든 선수들이 등번호 16번이 적힌 페르난데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디 고든은 페르난데스의 이름과 16번이 새겨진 헬멧도 쓰고 페르난데스의 타격 방식을 따라 우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를 흘려보낸 고든은 자신이 사용하는 좌타자용 헬멧으로 교체하고 정상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디 고든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호세 페르난데스에 대한 추모 분위기로 가득 했던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서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메츠 선발 바토로 콜론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때린 것이다.

디 고든은 신장 180cm, 몸무게 77kg으로 경기에 뛰는 선수 중 가장 작은 선수였다. 또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2,148타수에서 통산 8개 홈런밖에 때리지 못했을 정도로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올시즌 자신의 1호 홈런이다.

디 고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그런 의지가 놀라운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그러나 디 고든의 마음을 아는 마이애미 선수들은 환하게 웃지 않았다. 디 고든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미 베이스를 돌 때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디 고든은 경기 후 미국 언론을 통해 "(베이스를 도는)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최대한 빨리 동료들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왜 호세 페르난데스가 덕아웃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와 나를 축하해주지 않았을까… "라고 말했다.

마이애미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호세 페르난데스는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였다. 디 고든은 시즌 첫 홈런을 때린 순간 페르난데스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마이애미 선수들의 상대는 뉴욕 메츠가 아니었다. 마이애미 선수들은 슬픔, 고통과 싸웠다. 간판타지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마치 물 속에서 공을 치는 것 같았다. 우리 선수들의 눈은 촉촉히 젖어있었다"고 말했다. 스탠튼이 말한 물이란 아마도 눈물이었을 것이다.

뉴욕 메츠 선수들도 마음이 무거웠다. 포수 트래비스 다노는 "디 고든이 1루 베이스를 돌 때 울고 있는 모습을 봤다. 나도 함께 울었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2만6,933명의 팬들도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호세 페르난데스가 없는 마이애미의 첫번째 홈경기를 지켜봤다. 마이애미 선수들은 메츠를 7-3으로 꺾고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던 경기를 승리로 장식, 떠난 동료에게 선물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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