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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걷는 오리온, '열 받아서' 쏴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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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 KBL 개막 3연승…잘 나가는 팀의 모범 답안

고양 오리온의 이승현 정재홍 김동욱(사진 왼쪽부터) [사진 제공=KBL]

 


고양 오리온의 외국인 포인트가드 오데리언 바셋은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외국인선수 2명이 동시에 뛰는 3쿼터에 오리온의 속공을 이끌며 10점을 몰아넣었다. 스피드로는 밀리지 않는 SK조차 바셋의 질주를 버거워했다.

지난 2경기보다 바셋이 1대1을 시도하려는 장면이 많았다. SK는 오리온이 2대2 공격을 시도할 때 수비수 2명의 전담 마크를 바꾸는 스위치 디펜스를 시도했기 때문에 바셋이 상대 빅맨과 매치업될 때가 많았다. 바셋은 1대1을 하다 슛을 던지기도, 시간을 끌다가 동료에게 내주기도 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이 88-83로 승리한 경기에서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 중 하나다.

추일승 감독은 "바셋이 약점을 공략하는 능력이 조금 아쉬웠다"며 "상대가 스위치를 하면 빼줘야 하는데 일단 자기가 오픈 기회를 잡으니까 슛을 던졌다. 슛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 약점을 계속 공략하는 모습을 포인트가드가 제시해야 상대가 더 많은 트러블을 겪을 수 있는데 오늘은 상대의 스위치 디펜스 약점이 자꾸 상쇄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추일승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바셋이 KBL에 더 적응하고 아직은 낯선 상대팀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면 달라질 부분이다. 또 바셋은 추일승 감독의 지적을 흘려듣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외 프로농구 경험이 풍부한 바셋은 '생존법'을 아는 것 같다. 비교적 빠르게 KBL에 적응하고 있고 코칭스태프, 동료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바셋의 자세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SK전에서 33점을 몰아넣은 애런 헤인즈는 승리의 일등공신이자 동시에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오리온 포워드 이승현은 3점슛 6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키며 16점을 올렸다. 헤인즈가 '말'로 어시스트를 했다. 이승현은 "2대2 공격을 할 때 SK 코트니 심스가 뒤로 처지는 수비를 하면 밖으로 빠져서 3점슛을 쏴야 하는데 애런이 내게 왜 자꾸 안 쏘냐고 뭐라 해서 열받아서 쐈다. 그게 들어갔다.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헤인즈는 양팀이 기록한 총 31개의 어시스트 중 가장 결정적인 도움을 했다. 오리온이 85-83으로 앞선 4쿼터 막판 돌파를 시도하다 왼쪽 베이스라인에 위치한 정재홍에게 패스했고 정재홍이 3점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결정지었다.

추일승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선수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없었다"며 기뻐했다.

요즘 오리온 벤치 분위기를 보면 이처럼 웃음꽃이 지지 않는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개막 3연승 무패행진의 원동력이다.

포워드 김동욱은 오리온의 무패행진을 도운 주역이다. 김동욱은 3경기에서 평균 6.3점, 4.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평균득점이 높지는 않다. 자신의 득점보다는 동료들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탄탄한 포워드진 안에서 평균 27분이 넘는 출전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이유다. 추일승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

한방도 있다. 김동욱은 SK전에서 1점차로 쫓긴 4쿼터 막판 오픈 3점슛 기회에서 주저하지 않고 슛을 던져 성공시켰다.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해도 상대로서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스코어러이기도 하다.

이승현은 버팀목이다. 장재석은 팀에 높이를 더해주는 보물. 허일영과 문태종의 외곽포는 상대팀이 두려워하는 오리온의 무기 중 하나다. 최진수도 빼놓을 수 없다. 빅맨과 스윙맨 스타일의 가드-포워드를 모두 막을 수 있는 핵심 코어다. SK전에서도 테리코 화이트가 보다 어렵게 슛을 던지게끔 적극적으로 수비를 펼쳤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소통도 원활하다. 여기에 추일승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과 냉철한 판단력이 더해진다.

29일 경기에서 오리온에서 뛰다 SK로 이적한 김민섭의 활약이 눈부셨다. 3점슛 3개를 포함, 11점을 올렸다. 특히 후반에 몰아친 3점슛 퍼레이드에 오리온이 몇차례 휘청였다.

떠난 김민섭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을뻔 했다는 취재진의 짓궂은 질문에 추일승 감독은 "우리 벤치에 더 좋은 선수가 많으니까"라며 괜찮다는 반응과 함께 "김민섭이 열심히 하는 것 같고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2연패를 노리는 오리온, 이처럼 서로에 대한 믿음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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