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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타고투저' KBO S존, WBC 부메랑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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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대표팀 김태균이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이스라엘과 개막전에서 3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삼진을 당하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한국 야구가 또 다시 'WBC 악몽'에 시달릴 위기에 처했다. 4년 만의 대회에서 다시 졸전 끝에 1차전을 지면서 1라운드에서 탈락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1-2, 연장 10회 패배를 안았다. 안타 7개, 볼넷 6개를 얻어내면서 단 1점에 그친 타선 부진이 가장 컸고, 볼넷을 무려 9개나 내주며 실점 빌미를 제공한 마운드도 불안했다.

당초 이스라엘은 A조에서 한국의 1승 제물로 꼽혔다. 개막전을 이기면 7일 A조 최강 네덜란드에 지더라도 9일 최약체 대만을 잡으면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각본이 어그러졌다. 한국은 네덜란드와 대만을 무조건 잡아야 1라운드를 통과할 길이 열린다. 네덜란드에 져도 대만을 잡으면 '경우의 수'가 생기긴 한다. 네덜란드가 3승을 거두고 이스라엘, 대만이 치고 받아 한국까지 3개 팀이 1승2패로 물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만이 한국을 꺾은 이스라엘을 잡을 확률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은 4년 전과 너무도 비슷하다. 2013년 WBC 1라운드에서 한국은 당시 복병으로 꼽히던 첫 상대 네덜란드에 0-5 패배를 안았고, 이후 2승을 거뒀지만 (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인 TQB에서 밀려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첫 경기 패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대표팀이 경계했던 점인데도 피하지 못했다.

'용규놀이 제대로 못했는데...' WBC 한국대표팀 이용규가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이스라엘과 개막전에서 5회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삼진 아웃을 당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타선 침묵이 가장 아쉬웠다. 대표팀은 9회까지 매회 주자가 나갔지만 홈을 밟은 것은 단 1번뿐이었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나 득점권에서 타자들의 응집력이 살아나지 못했고, 기민함보다는 안이한 대처로 스스로 맥을 끊었다.

전반적으로 중심 타자들이 부진했다. 특히 5회 한국은 허경민, 김재호(이상 두산)의 연속 출루로 무사 1, 2루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작전에 가장 능하다는 1번 이용규(한화)가 번트 실패 뒤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 복판 직구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이후 서건창(넥센)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긴 했다.

하지만 김태균(한화), 이대호(롯데) 등 가장 믿을 수 있는 주포들이 파울 뜬공으로 물러나 리드의 기회를 잃었다. 3번 김태균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 4번 이대호는 5타수 무안타 2삼진에 머물렀다. 이용규는 7회 무사 1루 유격수 병살타 등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물론 시즌을 앞두고 타격감이 오는 시기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이날 서건창, 손아섭(롯데), 민병헌(두산) 등은 2안타씩을 때려냈다. 이대호와 이용규는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리는 불운도 있었다. 여기에 이스라엘 투수들의 구위가 예상 외로 좋았던 까닭도 있었다.

하지만 KBO 리그와 다른 스트라이크존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넓은 스트라이크존에 타자들이 자신의 존을 맞추는 데 실패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날 구심은 미국 출신의 브라이언 나이트로 MLB 심판이다. MLB는 KBO 리그보다 다소 후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나이트 구심도 좌우, 상하 등 폭넓은 존으로 볼 판정을 했다. 7회 2사 만루 한국의 위기 상황에서 이현승(두산)의 낮은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추가 실점을 막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하느, 아니 심판님 감사합니다' WBC 한국대표팀 이현승이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이스라엘과 개막전에서 7회초 2사 만루의 위기를 넘긴 뒤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모습.(사진=황진환 기자)

 

반대로 타자들은 존을 넓게 쓰는 이스라엘 투수들의 공에 고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이스라엘 투수진은 구위도 좋았지만 제구 역시 잘 이뤄지면서 한국 타자들과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

선발 제이슨 마르키스는 KBO 리그 정상급 타자 김태균에 2번 모두 삼진을 잡아냈다. 안쪽 깊숙하게 코너워크를 한 뒤 바깥쪽이나 낮게 흐르는 변화구로 유인했다. 김태균은 지난해 타율 2위(3할6푼5리), 볼넷 1위(108개), 출루율 1위(4할7푼5리)로 정교함을 갖춘 타자였다. 대회에 앞선 평가전에서도 쾌조의 타격감을 보였음에도 이날 삼진 2개를 당하는 등 무안타에 그쳤다.

KBO 리그는 2014년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였다. 외국인 타자 제도 부활이 컸지만 좁아진 스트라이크존도 한몫을 했다. 스타들의 해외 유출로 고조된 위기감 속에 화끈한 타격전으로 인기를 만회하려는 KBO의 숨은 의도가 있었다. 그해 리그 평균 타율은 2할8푼9리, 평균자책점(ERA)은 5.21로 역대 최고였다.

KBO는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리그 타율 2할8푼, ERA 4.87이었지만 지난해 리그 타율은 2할9푼, ERA는 5.17로 2014년과 비슷해졌다. 이는 MLB와 일본 리그에 비해 기형적으로 높은 수치들이었다.

일단 대표팀 타선은 이스라엘과 1차전에서 MLB식 스트라이크존을 다소 아프게 경험했다. 과연 7일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는 얼마나 달라진 존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일지, 2라운드 진출을 결정지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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