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피해, 화장품 규제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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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⑩>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마이크로비즈' 규제 정책 시행 중
한국, 화장품·세정제 마이크로비즈 규제에 그쳐…EU는 생활·산업용품 고려
미세플라스틱, 제품군 규제로는 한계…'화학물질'로 개념 확장해 관리 필요
2차 미세플라스틱까지 줄이려면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자체 줄여야

(사진=연합뉴스)

 

일반적으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이란 5mm 이하의 미세한 고체 플라스틱 입자를 일컫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탄생하기도 하고, 시간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는데요. 애초에 작은 크기로 만들어져 제품에 첨가되는 1차 플라스틱, 커다란 플라스틱 제품이 햇빛이나 파도에 잘게 부서져 생성되는 2차 미세플라스틱이 모두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됩니다.

세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첨가되는 작은 알갱이 '마이크로비즈'나 '마이크로파이버'로 불리는 미세섬유가 모두 1차 플라스틱이죠. 이들은 욕실에서 바다로 흘러가고, 육지와 바다에서 햇빛에 부서지고, 공기 중으로도 흩어져 우리 주변의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매우 작은 화학물질인 플라스틱 입자는 독성을 가지고 있고, 이로 인해 해양생물의 중추신경계가 파괴되는 등 일부 유해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이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신체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누구도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은 이미 여러 차례 이슈가 돼왔고, 육지와 대기 중의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세계는 노력하고 있을까요? 또 우리나라의 미세플라스틱 규제는 충분한 수준일까요?

화장품, 스크럽제 등에 자주 쓰였던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도적인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 '마이크로비즈', 대부분 선진국에서 사실상 '퇴출'

국제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미 진행 중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마이크로비즈'로 대표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을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하기 위한 규제정책을 제정해 적용 중입니다.

플라스틱 규제를 가장 선도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는 유럽연합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을 '5mm 이하의 고체나 반도체 입자를 함유한 폴리머'로 정의하고, 의도적인 미세플라스틱 첨가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미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화장품 및 세정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2020년까지 페인트, 코팅제 등 건축용품과 농업용 비료 등의 산업용품까지 포괄해 규제할 예정입니다. 국제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도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2015년 12월 발표된 'microbead-free water act'에 따라 마이크로비즈가 의도적으로 첨가된 화장품, 린스오프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역시 2018년 6월 '폐기물 최소화법'에 따라 화장품, 산업용 세정제품, 연마제등에 5mm 이하의 고체 플라스틱 입자를 첨가하지 못하게끔 하고 있죠.

캐나다와 영국도 비교적 선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고 있는 나라들인데요.

캐나다는 2015년 마이크로비즈를 환경보호법상 독성물질로 등재해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관리기반을 마련했고요. 영국은 2017년 린스오프 개인제품에 마이크로비즈를 첨가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가정용 및 산업용 세정제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에 대한 증거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마이크로파이버(미세섬유)와 같은 미세플라스틱류로도 규제 대상을 확대할지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일찍이 마이크로비즈 규제의 세계적 흐름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화장품 회사들은 2017년 7월 이후로 화장품, 세안제에 마이크로비즈를 첨가해 생산할 수 없습니다. 또 이런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제품군만 규제해서는 한계…EU처럼 화학물질로 고려해야

그렇다면 한국의 미세플라스틱 규제는 세계적으로 충분한 수준일까요?

비교적 세계적 추세를 잘 따라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우 식약처 주도 하에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의약외품 품목허가 신고 및 심사규정'으로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즉 화장품, 씻어내는 제품 등의 일부 품목에서만 마이크로비즈 첨가를 금지하고 있는 거죠.

마이크로비즈와 미세플라스틱의 개념. (사진=그린피스 '바다의 숨통을 조이는 미세플라스틱')

 

그러나 마이크로비즈는 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 화장품에만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되는 것도 아니고요.

EU의 경우 관리 제품 범위를 화장품이나 세정용품 등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분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발효된 유럽화학물질청(ECHA)의 미세플라스틱 규제 정책에 따르면, EU는 화장품에 쓰이는 마이크로비즈 뿐 아니라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제품 군에 미세플라스틱이 의도적으로 첨가되는 것을 관리감독 할 수 있는 규제를 법제화 할 예정입니다. 이 제품군에는 화장품은 물론 세제, 페인트, 잉크, 코팅제품, 건설자재, 농업 및 원예, 석유 및 가스 등의 분야가 폭넓게 포함됩니다.

노컷뉴스 취재진이 브뤼셀에서 만난 국제환경NGO '리싱크플라스틱'의 델핀 아베어스(Delphine Alvares)활동가는 "마룻바닥을 매끄럽게 닦기 위한 청소제품 등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된다"며 "가끔은 왜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됐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면 상상 이상으로 창의적"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범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제품들에 미세플라스틱이 첨가돼 판매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이 이토록 폭넓게 미세플라스틱을 관리감독 하는 것은, ECHA의 화학물질관리시스템인 'REACH'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화학물질'로서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특정 제품군을 규제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가 전반적으로 관리해야 할 화학물질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거죠. 홍수열 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구사회의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좀 더 강한 편"인 셈입니다.

2018년 11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행한 '미세플라스틱 관리 동향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는 이와 같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차원에서 미세플라스틱 규제 마련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을 화평법상 제한물질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고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현재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세제류, 접착제류, 코팅제품, 염료 등이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미세플라스틱 첨가에 관한 규정은 없는 것도 생각해볼 지점입니다. 이들은 EU의 경우엔 미세플라스틱 관리 영역에 포함되는 제품군이거든요.

'화장품'이라는 특정 제품에 첨가되는 물질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화학물질'로서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의미 확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환경부도 규제 마련을 위한 필요성 검토를 위해 기반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 2월 환경부는 "2018년 6월부터 생활화학제품 내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실태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연구 결과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생활화학제품에도 의도적으로 첨가되는 미세플라스틱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 2차 미세플라스틱까지 줄이기 위해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필수

물론 위 정책들은 애초에 미세플라스틱으로 '탄생'하는 1차 미세플라스틱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입니다. 커다란 플라스틱 제품들이 부서져서 만들어지는 '2차 미세플라스틱'은 정책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죠.

해안가에 떠밀려온 쓰레기들. 이런 플라스틱 제품들이 햇빛과 파도에 부서지면 2차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의 김미경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는 근본원인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버려져서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51조개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구 4백 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유엔이 2017년 발표한 '해양오염 팩트시트'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마리의 바다 포유류, 바다거북,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를 죽인다고 합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에서 발견된 알바트로스 새 사체. 뱃속의 플라스틱이 썩지않고 남아있다. 영화감독 크리스조던이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에서 공개해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이렇게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을 해양생물이 먹이로 착각하고 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미경 팀장은 "플랑크톤은 미세플라스틱보다 작은 나노플라스틱을 먹고, 물고기들이 그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이렇게 먹이사슬을 타고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를 위협함은 물론, 망가진 생태계를 돌아 우리 식탁에까지 올라오게 된 상황인 겁니다.

결국 미세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1차 미세플라스틱은 물론, 2차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도 함께 규제하는 정책이 필수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8월 이후 커피숍 내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바 있죠.

개념 정립 및 확장, 실태 조사, 1차 미세플라스틱 관리감독, 일회용 플라스틱 관리감독이 모두 폭넓게 이뤄져야 '미세플라스틱'이라는 낯선 물질을 조금이나마 두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김미경 팀장은 "유해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가 아니라, 위험할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줄여나가는 게 맞다. 지금부터 미세플라스틱을 최대한 덜 만들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⑪편에 계속)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
① [르포]CNN도 놀란 그 쓰레기산, 3개월만에 다시 가보니
② [팩트체크] 초대형 쓰레기섬보다 더 위험한 미세플라스틱
③ [팩트체크] 굴값이 쌀 수록 바다는 썩어간다?
④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⑤ [팩트체크] 플라스틱, 담배·홍차·섬유유연제에도 들어있다?
⑥ [팩트체크] 종이컵, 플라스틱컵 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⑦ [팩트체크] 대한민국 재활용률 세계2위, 숨겨진 비밀
⑧ [팩트체크] 우리나라 재활용 신화 속 불편한 진실
⑨ [팩트체크] 쓰레기대란 1년, 더이상 대란은 없다?
⑩ [팩트체크] 미세플라스틱 피해, 화장품 규제만 하면 된다?
⑪ [팩트체크] 플라스틱 쓰레기문제 풀 새해법, 효과있나
⑫ [팩트체크] 400억 모금한 16세 소년의 꿈, 왜 좌절됐나
⑬ [노컷스토리] 요람에서 무덤까지, '플라스틱은 지옥이다'

 




플라스틱은 인간의 '일상'과 '일생'을 점령중이다. 플라스틱으로 지구는 멍들고 환경은 곪고있다. 최근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 건강의 위험요인이 되고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CNN도 주목한 플라스틱 오염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플라스틱에 대해 무지하고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 CBS노컷뉴스는 이를 바로잡아 플라스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팩트체크 형식의 '2019 新 플라스틱' 보고서를 연재한다.[편집자]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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