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060이 40대 이하에 짐을 지우는 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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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책임을 묻는다면 靑·정부·국회 중 누구?

청와대 전경(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은 어느 정도 일까?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자평인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봐도 한국 경제가 그런대로 순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인 듯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히 잘못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도 한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아예 재정을 퍼다 쓰는 게 뭐 잘못됐느냐고 항변을 했다.

고 대변인은 11일 “곳간에 있는 그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재정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금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적자 재정을 편성했는데도 왜 넘치는 금고의 돈을 아끼느냐는 듯한 발언이다.

비교가 잘못된 가벼운 입이다.

(사진=자료사진)

 

이에 앞서 이호승 경제수석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묻는 송언석 의원에 질의에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뒤에 앉아있는 부하 직원들만을 쳐다보며 두리번거렸다.

송 의원은 보다 못해 “경제성장률 같은 기초적인 답변도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들이 경제를 맡길 수 있냐”며 호통을 쳤다.

경제수석이 내년도 예산안 513조원의 산출과 쓰임새를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경제 상황에 대한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이 한가하다는 말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513원이라는 내년도 예산 편성 자체가 한국 경제의 암울함을 단적으로 방증하고 있는데도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 어느 누구 한 명 진상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이러다간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전 부의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J노믹스’를 설계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 부의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부총리와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우리 경제의 정확한 진상을 보고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과 괜찮다는 보고서를 올리는 것 같다”며 “실제로 기업인들과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심각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팽창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제가 나쁨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올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져 1.9%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모든 경제연구소들과 세계 유력 기관들의 거의 일치된 예상치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1.87%, 내년엔 1.78%라고 전망했다.

2년 연속 1% 성장률 예측은 한국 경제가 부도가 난 IMF 사태 때도 없던 초유의 일이다.

투자와 설비 등 거의 모든 경제수치들이 나빠지고 있다.

김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장을 짓고 설비 투자를 하겠냐”고 말했다.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때 재정을 확대해서 성장률을 방어하는 것이 케인즈의 경제학 교과서에 나온 일반적 처방이고, IMF에서도 한국을 향해서 재정을 늘리라고 충고했다.

내년 예산 513조원은 올해 대비 44조원이 늘어난 9.3%나 증액된 것이다.

2017년에 추경 예산 편성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2018년, 2019년, 2020년 예산안의 증가 속도는 너무 가파르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매년 10% 안팎의 예산 증가율이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간 예산이 130조원이나 늘어난 반면 세수가 줄어든 여파로 올해 33조8000억 원인 적자국채 발행한도는 60조 2000억 원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정부의 예산 증액은 주로 복지와 보건 등의 부문에서 이뤄졌으며 이명박 정부는 R&D 예산에 많이 썼다.

IMF가 재정을 집행하라는 것은 성장률이 높은 성장 유발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라는 얘기다.

복지나 복지와 관련한 예산은 당장은 좋지만 성장률을 높이고 세수 확보를 위한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GDP 대비 구가채무 비율을 40%에 육박한 예산을 편성하려 하자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강력히 비판했고 기재부는 이에 부응해 2016년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가채무 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건전화법은 문재인 정권으로 바뀐 이후 표류하고 있다.

세입 내 세출과의 균형재정 요건을 핵심으로 하는 재정건전화법을 제정해 무분별한 정부 예산 팽창을 막아야 한다.

민주당은 정부의 요구대로 513조원 그대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500조원 아래로 깎겠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국당이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심이 든다”라며 한국당의 삭감 요구를 겨냥했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 정부의 경제정책이 낭떠러지에 떨어졌다”고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야가 정부의 세출 항목과 책정된 예산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하나 어디까지나 수박겉핥기식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챙기기로 흐를 공산이 크다.

일례로 내년도 예산에는 공무원 3만 명 증원 예산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공무원 증원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음에도 계속 밀어붙일 태세여서 우리 후손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을 늘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꼭 일자리 확대를 가장 손쉽고 ‘생색’을 낼 수 있는 공무원 증원으로 해야만 하는가.

청와대와 총리실, 정부 부처에서부터 산간과 도서 벽지의 면사무소와 대도시 동사무소에 가보라.

공공분야 직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숫자놀음에 의해 공무원 증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적자 재정을 편성하면 그런 확장재정이 올해로 그친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서도 반복적인 행태를 답습해 고공행진을 할 것이어서 고스란히 재정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어디 이뿐인가.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의 적자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건간보험공단도 올해 3조2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건강보험공단은 "현금수지 기준으로 올해 3조2천억원 정도 당기수지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재정 상황을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8월말 기준 19조6천억원인 누적적립금도 17조4천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초음파·MRI·응급실·중환자실 보장성 강화에 따른 '예상된 적자'로 보인다.

2~3년 뒤에 건강보험료 누적적립금은 바닥이 나며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보험 적용 범위를 조절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초고령·초저출산 사회가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을뿐더러 돈을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 국가도 아니다.

나라의 씀씀이를 아껴야 할 처지인데도 재정이 ‘화수분’이나 되는 것처럼 당장 무분별하게 끌어다 쓰면 10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고생한 어르신들에게 생활비를 보조해주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 청년 수당을 주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나 50대 이상 세대가 지금의 40대 이하 후손들에게 무자비한 짐을 지우고 있지나 않은지, 곱씹어봐야 한다.

후손들에게 풍족한 터전을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빚을 물려주는 건 죄를 짓는 것이다.

그 책임은, 책임의식이 없는 정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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