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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 아니다? 이문규 감독의 농구는 총력전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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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B조 최종예선 한국과 영국의 경기에서 이문규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의 선수 운영 방식이 농구 팬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엔트리에 등록된 12명 중 코트를 밟은 선수는 6명밖에 없었다. 박혜진과 김단비, 강이슬은 4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박지수는 37분19초를, 배혜윤은 36분42초를 각각 뛰었다. 나머지 5분59초는 식스맨 역할을 맡은 김한별의 몫이었다.

이른바 '몰빵' 농구였다.

이에 농구 팬 사이에서는 선수들을 혹사시킨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과는 한국의 82대79 승리로 끝났다. 결정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스페인, 영국, 중국과 맞붙은 B조 예선에서 최종 1승2패를 기록, 3위를 차지하면서 조 최하위를 제외한 나머지 3개팀에게 주어지는 도쿄행 티켓을 차지했다.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현장 취재진을 만나 혹사 논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전이 매우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표팀 내에 부상자가 많았고 스페인, 중국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한 영국을 상대로 "죽기 살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주목해달라는 해명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 진출 티켓을 획득한 사령탑이 됐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커보였다.

하지만 농구 팬은 이문규 감독의 경기 운영이 다소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구 실력과 몸 상태가 가장 좋아 주전으로 선정된 5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용하면 감독의 마음은 편할 수 있다. 하지만 40분 전체의 팀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다.

한국은 영국전에서 3쿼터 내내 10점차 내외의 리드를 잡았다. 3쿼터 종료 시점에는 16점차로 앞섰고 4쿼터 한때 점수차가 최대 17점까지 벌어졌다.

벤치 자원을 활용해 주전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줄 상황이 얼마든지 있었다. 이를 판단해 선수를 돌려 기용하는 것이 감독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대신 이문규 감독은 주전 '올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4쿼터 중반 이후 영국의 맹렬한 추격에 시달렸다. 주전들의 체력 저하가 추격을 허용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이런 농구는 총력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저 고민없이 운영한 흔적에 불과하다.

이같은 선수 기용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선수가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국전의 여파로 부상을 당한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이문규 감독은 대회 기간에 "국내에 (박)지수 외에 높이가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며 아쉬워했다. 선수가 부족하다는 말을 대표팀을 맡을 이후 종종 해왔다.

완벽한 팀은 없다. 게다가 한국 여자농구는 국제 무대에서 '언더독(underdog)'이라는 평가다. 농구계와 농구 팬 모두 그에 맞춰 기대치가 설정돼 있다. 주어진 선수들로 최적의 운영 방식을 찾아 최선을 다해 경쟁하는 것이 대표팀 사령탑이 해야 할 역할이다.

'올인'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리스크가 너무 큰 방식이었고 미래 지향적이지도 않다.

이문규 감독의 대표팀 계약은 만료됐다. 본선 진출시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조항은 없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결과를 높게 평가해 이문규 감독을 재신임할 것인지, 여론을 수렴해 새로운 감독을 찾을 것인지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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