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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살인자' 미세먼지…"뇌 신경세포 사멸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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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연구팀, 미세먼지와 뇌건강 연결고리 밝혀
탄소미세먼지도 구조에 따라 영향이 달라
관여 유전자도 발견…치료제 개발 청신호

수도권 및 충북·충남 5개 시·도에 고농도 초미세먼지 '관심'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21일 서울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수도권 및 충북·충남 5개 시·도에 고농도 초미세먼지 '관심'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21일 서울 서강대교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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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부터 봄철까지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미세먼지 나쁨 상태에 장시간 노출되면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채재료연구센터 이효진 박사와 도핑콘트롤센터 김기훈 박사, 뇌과학창의연구단 김홍남 박사 연구팀은 "탄소 나노입자의 구조를 제어해 같은 탄소 성분이더라도 구조에 따라 생체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이 과정에서 뇌 손상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를 발굴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탄소 미세먼지와 유사한 다양한 차원(0~3차원)의 탄소 나노재료를 합성해 국내 초미세먼지 기준 '나쁨'에 해당하는 농도(50μg/m3)로 신경세포에 처리하고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0차원 탄소입자는 장기간 노출시에도 신경세포의 과활성이나 사멸을 유도하지 않았지만 고차원(3차원)의 탄소입자는 단기간(72시간 이내)의 노출만으로도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상태를 유도해 과도한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됐다. 특히 14일 동안 노출했을 때 신경세포는 사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효진 박사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효진 박사 제공 ​​또한,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존재할 때에 신경세포의 활성 반응이 더욱 가속화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같은 농도의 미세먼지이더라도 일반인 보다 퇴행성 뇌질환 환자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 뇌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나이가 들거나 뇌질환이 발생할 경우 단백질이 뭉쳐 신경세포(neuron) 표면에 플라크(plaque) 형태로 발견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1992년 존하드와 제럴드 히긴스에 의해 Science지에 처음 치매를 유발하는 물질로 제시됐다. 이후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실제로 핵심 요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현상적으로 치매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치매 환자의 신경세포 주위에서 발견되어 여전히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미세먼지에 포함된 고차원 탄소입자가 신경세포의 과활성을 유도하는 원인도 찾았다.

연구팀이 고차원 탄소입자가 신경세포의 과활성을 유도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Snca 유전자가 핵심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 가위 방법을 통해 이 유전자를 제거하고 동일한 농도의 탄소 미세먼지를 처리하자 비정상적 신경 과활성이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 핵심 인자를 찾아냄으로써 미세먼지의 농도에 따른 뇌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치료물질 발견과 약물 개발에도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해롭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미세먼지 내의 어떤 물질이 신체의 어느 부위에 악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실 단위에서 밝혀낸 건 이번이 처음으로 연구결과가 국민들의 실생활에도 적지 않은 파급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그동안 진행됐던 연구에서는 황산염, 질산염, 탄소류 등 성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긴 했지만, 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해, 미세먼지에 대한 이른바 핀셋 대응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KIST 이효진 박사는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가 뇌에 특히 퇴행성 뇌질환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미세먼지가 다양한 조직 및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지원으로 수행된 연구 논문은 생체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Biomaterials' (JCR 분야 상위 2.778%) 최신 호에 게재됐다.

연구팀 이효진 박사 연구팀 이효진 박사 
※탄소미세입자 : 미세입자는 수 nm (십억분의 일 미터)에서 수 μm (백만분의 일 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를 갖는 물질로, 수소(H), 산소(O) 등이 일부 포함되거나 거의 탄소(C)로만 구성된 물질을 탄소미세입자라고 한다. 점, 선, 그리고 면에 기인한 구조적 분류를 통해 다양한 차원의 탄소미세입자가 존재하며, 점 형태인 0차원의 탄소점, 점의 집합 선 형태인 1차원의 탄소나노튜브 (Carbon nanotube), 선의 집합 면 형태인 2차원의 그래핀(graphene), 그리고 면의 집합 입체인 3차원의 다공성탄소나노입자 (Mesoporous carbon nanoparticle)로 나눌 수 있다.

연구팀 일문일답
(문)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답) 뇌는 다른 장기와 다르게 조직 내부로의 물질 전달이 어렵지만, 동시에 물질이 축적된 이후에는 배출 또한 어렵다. 미세먼지의 경우 눈이나, 비강을 통해 뇌로 전달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이에 따라 뇌에 축적된 미세먼지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신체 중추적 기능에 미칠 수 있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연구진은 저분자 생체 물질을 동시 분석하는 분석법을 개발한 바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생체 내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 및 대사체들에 대한 효율적인 분석법을 구축하였다. 대기오염물질 성분이 야기할 수 있는 신경 교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뇌 영향에 대한 평가하고자 하였으며, 특히 미세먼지의 약 50%를 차지하는 탄소나노입자와 그 구조 및 차원의 차이점에 초점을 두고 뇌질환을 유발하는 병원체 단백질과의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신경학적 영향을 연구했다.

(문)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답) 이 연구는 △높은 차원의 탄소 입자에서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활성 및 노화가 유발됨을 밝혀내고 △RNA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의 뇌활성 조절에 대한 핵심 인자를 최초로 발굴하였으며,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뇌 세포에서의 해당 핵심 인자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해당 유전자가 탄소 미세먼지에 의한 신경세포 손상의 핵심 기전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발굴된 핵심 유전자 및 신경전달 물질은 향후 치료물질 도출 및 환자 맞춤형 약물 개발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에 적용된 신경전달 물질의 동시/다중 분석법은 추후 다양한 기관 및 연구소에서 수월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문)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답) 뇌질환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에 장기노출 시 신경학적 이상이 유발될 수 있음을 제시해 미세먼지의 뇌 위해성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하였고, 특히 노화 또는 치매와 연관될 수 있는 유전자를 발굴함으로써 향후 치료물질 도출 및 뇌질환 환자를 위한 약물 개발로의 적용이 가능하다. 후속연구로는 다양한 뇌질환 동물모델을 활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의 정량분석을 통한 초미세먼지의 뇌 신호 체계 영향 연구를 진행해 임상적 단계를 위한 데이터를 더욱 확보하고, 미세먼지를 비롯한 실생활에 사용되는 나노재료들의 인체 영향에 대한 연구로 확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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