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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진 누명의 4년' 김보름, 8년 전 클럽 음악의 미소를 다시 한번[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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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같은 미소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은 19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보름달 같은 미소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은 19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2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8년 전 20살을 갓 넘은 대학생은 첫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헤드폰으로 신나는 클럽 음악을 들으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풋풋한 신인이었다. 이제는 한국 나이로 30살, 베테랑이 돼 3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아직 만 나이로는 20대지만 인생의 신산스러운 경험은 아마도 중년은 족히 됐을 것이다. 4년 전 평생 얻어먹을 욕을 한꺼번에 다 들었고, 그로 인해 깊이 팬 마음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고 약과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스리기도 힘들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강원도청)이 19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의 2회 연속 메달 도전이다.
 
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박지우(왼쪽부터), 김현영, 김보름이 훈련 중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6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박지우(왼쪽부터), 김현영, 김보름이 훈련 중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이번 대회 메달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2018-19시즌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였지만 가장 최근인 2019-20시즌에는 4위로 내려갔다. 이후 코로나19로 국제 대회 출전이 쉽지 않아 실전 감각도 적잖게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김보름의 강인한 정신력을 생각하면 아예 메달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당시 거의 전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팀 추월에서 대표팀 선배 노선영에 대한 이른바 '왕따 주행'을 일으킨 당사자로 지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당사자인 노선영(왼쪽)과 김보름. 이한형 기자'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의 당사자인 노선영(왼쪽)과 김보름. 이한형 기자
3명이 함께 뛰는 팀 추월에서 선두였던 김보름은 후배 박지우(강원도청)와 나란히 달렸는데 가장 뒤에 있는 노선영이 크게 뒤처졌다. 일부 중계진의 강한 비판 어조 등으로 김보름에 대한 비난 분위기가 조성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김보름은 당시 대표팀 백철기 감독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노선영은 불참한 채 '왕따 주행'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아 오해는 더욱 커졌다.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60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김보름은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할 만큼 괴로워했다.

그럼에도 김보름은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지만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는 태극기를 들고 빙판 위에서 국민들에게 큰 절을 하며 흐느꼈다. 매스스타트 경기 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겠다던 노선영은 어쩐 일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역시 올림픽 이후 모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대표팀에서 차별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정작 다른 선수에게 피해를 준 것은 노선영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지난 16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한체대와 강원도청,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했던 노선영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고소한 김보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왕따 주행 역시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의 특정 감사에서 의도가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김보름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절을 하며 흐느끼는 모습. 이한형 기자김보름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절을 하며 흐느끼는 모습. 이한형 기자
김보름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평창올림픽) 이후 4년. 정말 많이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다"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채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처럼 행동했던 노선영은 사실은 가해자였던 것이다.

2018년 김보름은 그토록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당당히 은빛 질주를 펼쳤다. 4년이 지나 신체는 비록 전성기를 지났지만 마음은 오히려 4년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김보름은 SNS에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았고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냈던 선수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썼다.

김보름은 누명이라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크나큰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가 포기하지 않은 꿈과 베이징 빙판에서 마음고생을 훌훌 털고 펼칠 질주를 응원한다. 메달을 따내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충분히 김보름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 모진 4년의 시간을 이겨냈기에…

이번 레이스를 마치면 김보름은 4년 전 평창의 눈물 대신 8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신나는 클럽 음악을 들으며 지었던 순수한 미소를 다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 모두 특히 누명을 씌웠던, 그러나 진실은 결국 밝혀져 실패한 그 누군가들은 꼭 그 미소를 봤으면 좋겠다. 대보름(15일)은 살짝 지났지만 베이징에서 여전히 밝을 김보름을…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3000m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하는 김보름. 경기 전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을 묻자 "신나니까 기분 좋게 하려고 클럽 음악을 듣는다"면서 "클럽에 가지는 않고 음악만 듣는다"고 강조하며 웃었다. 당시 김보름은 28명 중 13위였고, 7초 정도 뒤진 노선영은 25위를 기록했다. 노컷뉴스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3000m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하는 김보름. 경기 전 헤드폰으로 듣는 음악을 묻자 "신나니까 기분 좋게 하려고 클럽 음악을 듣는다"면서 "클럽에 가지는 않고 음악만 듣는다"고 강조하며 웃었다. 당시 김보름은 28명 중 13위였고, 7초 정도 뒤진 노선영은 25위를 기록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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