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환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이 시대의 성공 여부는 극단적인 갈등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 직선제 부활 후 최소 표 차이가 확인해 준 분열 상을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지, 윤 당선인이 '진짜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
윤 당선인은 10일 당선이 확정된 뒤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이런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모두 하나가 되는 일'은 당선인으로서의 의지인 동시에 윤 당선인이 당장 풀어야 할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1987년 이후 최소 득표를 하는 등 가까스로 승리를 했고, 결과적으로 정권교체 여론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입법권력'이 여전히 민주당에게 있다.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된 4명을 더해도 국민의힘 의석수는 총 300석 중 110석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172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대치하는 구도가 이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윤 당선인이 초반부터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강하게 발신하고 인수위원회 인사부터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 본인도 유세 기간 "민주당의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과 합리적이고 멋진 협치를 통해 경제를 번영시키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
선거운동 기간 '청와대에 가도 당이랑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윤 당선인에게 말했는데, 그 때 답이 '그 것도 맞지만 의원 분들도 민주당 의원들과 가깝게 지내달라'였다"고 했다.
당장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등에서 야당의 검증을 넘어설 뿐 아니라 야권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인사 위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 스펙트럼으로 확장력이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민주당의 협조를 얻는 데 수월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세대와 성별에 따라 지지가 양분된 것을 확인한 상황에서 갈등의 봉합은 윤 당선인의 몫이다. 젠더 이슈를 이용해 2030 남성 표에만 집중 했던 '갈라치기 정치'는 선거 막판 여성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당초 예상했던 압승을 좌절시켰다는 것도 뼈 아프게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부분이다.
성별과 세대, 지역, 진영 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일종의 '통합추진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
선거를 승리로 이끈 힘이 현 정부의 갈라치기였는데, 윤 당선인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 통합을 이뤄낼 지, 그 실천방법을 고민하고 기구 설치 등 후속조치도 곧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