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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대 화재 후 '발암물질' 검출…측정 직전 환기 '조작된 정상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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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재학생들 "화재 이후 청소 안된 듯 그을음 나와"

지난 1월 서울대학교 기숙사에서 불이 난 이후 청소 등 학교의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해당 건물에서 '공기질 측정' 검사가 이뤄졌는데, 발암물질 등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돼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학교 측은 "에폭시 공사 등이 측정에 영향을 끼쳤다"며 "청소전문업체를 통해서 더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화재 후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화학물질 나와
공기질 측정 직전 환기·소독… '믿을 수 있는 수치인가'
전문가 "화재 후 그을음에서 유해물질 나와… 청소 필수"
서울대 "에폭시 공사 등 영향… '정상 수치' 확인"

서울대 기숙사 화재. 관악소방서 제공서울대 기숙사 화재. 관악소방서 제공지난 1월 서울대학교 기숙사(관악학생생활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청소 등 학교 측의 후속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건물에서 진행한 '공기질 측정' 검사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돼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서울대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관악학생생활관(919동) 공기질 측정' 자료에 따르면, 해당 장소에서 세차례 진행된 검사 결과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등 신체에 해로운 화학물질들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재 이후 전형적으로 나오는 화학물질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월 16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비품창고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이 지난달부터 이번달까지 총 세차례 관악학생생활관 919동 체력단련실의 공기질을 측정했는데,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1차 공기질 측정 때는 178㎍/㎡, 2차 1189㎍/㎡, 3차 434㎍/㎡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화학물질이 가장 높은 수치로 측정된 2차때 상담실에서는 1243㎍/㎡ 가량이 검출되기도 했다.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919동) 공기질 측정 자료. 조명희 의원실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919동) 공기질 측정 자료. 조명희 의원실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신경계 장애를 유발하는 등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르면 지하역사, 도서관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50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 의료기관 및 실내 어린이놀이시설 등에서는 400㎍/㎡ 이하여야만 한다.

이에 따르면 1차 측정 결과는 기준치 이하지만, 2차는 2배 이상 초과했고 3차도 기준치에 근접한 것이다. 화재 발생과 상관없는 다른 건물의 체력단련실과 복도에서는 90㎍/㎡ 수준만 검출됐다.

측정 결과를 보면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외에도 톨루엔, 스티렌, 자일렌, 에틸벤젠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도 검출됐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해당 물질들은 현기증, 두통, 졸음, 통증, 시야 흐려짐 등 후유증을 동반한다.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학교 측이 공기질 측정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공기질 측정 직전 해당 장소에서 환기를 시키거나 집중 소독하는 등의 움직임을 봤다는 것이다. 실내공기질공정시험기준에 따르면, 실내공기 오염물질을 평가할 때는 해당 장소를 30분 이상 환기시킨 뒤 5시간을 밀폐하고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관악학생생활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장학생 A씨는 "공기질 측정하기 전 1시간 가량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환기를 시킨 뒤 공기질 측정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근로장학생 B씨는 "공기질 측정 하루 전날 소독약을 뿌렸다"며 "근무하러 오니 소독약 냄새와 분진 냄새가 섞여 악취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질 측정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다급하게 환기를 시키고 소독을 진행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관악학생생활관에서 나온 검은 그을음. 제보자 제공관악학생생활관에서 나온 검은 그을음. 제보자 제공학생들은 화재 이후 학교 측의 대처가 미흡하다며 피해를 우려하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꾸린 '919동 화재TF'에 따르면, 관악학생생활관 방 안과 소파, 샤워실부터 체력단련실 등 곳곳에서 검은색 그을음이 보인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 1000여 명의 연서명을 받은 919동 화재 TF 측은 이후 총장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후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들이 검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강대 이덕환 화학과 명예교수는 "화재가 나면 그을음 같은 것이 구석구석에 쌓이는데 여기서 (유해 화학)물질들이 방출된다"며 "화재가 난 공간을 다시 이용하려면 청소를 제대로 하는 등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공기질 측정 과정이 실내공기질공정시험기준 규정에 어긋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실내공기질 측정 직전에 환기를 시키거나 소독을 시켜서는 안된다"며 "환경부 실내공기질 관리지침에 맞게 유해물질을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악학생생활관 체력단련실 바닥에 검은 그을음이 남아있다. 제보자 제공관악학생생활관 체력단련실 바닥에 검은 그을음이 남아있다. 제보자 제공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관계자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수치가 높았던 2차 측정 때는 주변에서 에폭시 공사가 진행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며 "3차는 다중이용시설로 본다면 기준에 부합하는 정상 수치"라고 말했다.

공기질 측정 과정에 대해서는 "신축 아파트 등에서 밀폐를 하는 것이지 다중이용시설은 평소에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문을 열고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조명희 의원은 "총휘발성유기화합물, 휘발성유기화합물와 같은 물질에 오래 노출될 경우,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공기질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서울대는 정확한 공기질 수치 측정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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