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폭락으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뉴스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최근 폭락해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루나(LUNA)를 상장폐지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는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13일 루나 코인에 대한 입금과 거래를 오는 16일 오후 3시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테라KRT의 입금과 거래도 마찬가지로 해당일시에 종료된다.
고팍스는 이날 공지를 통해 "가상자산의 급격한 유통량 증가와 시세 변동 등으로 인해 향후 가상자산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정상적인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해 당사 상장폐지 규정에 의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 지원을 잠재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고 상장폐지 이유를 밝혔다.
해당 코인을 원화로 바꾸거나 다른 거래소로 옮기는 출금은 다음달 16일 오후 3시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팍스는 "출금지원 종료일 이후에는 루나, 테라KRT의 출금이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출금 지원일 내에 테라 네트워크가 복구되지 않을 경우 네트워크 정상화 후 추가 지원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도 고팍스에 이어 루나 상장폐지 방침을 밝혔다. 업비트에는 BTC마켓(비트코인으로 가상화폐 거래)에 루나가 상장돼 있다.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오는 20일 오후 12시에 루나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루나에 대한 입금은 즉시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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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는 "거래지원 종료일로부터 30일 동안인 오는 6월19일까지 출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장폐지 이유에 대해선 "루나는 루나의 유통량 조절 알고리즘을 통해 테라USD를 1달러 가치에 연동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해당 연동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지난 4월에 개당 14만 5천 원선까지 치솟았던 루나의 개당 가격은 지난 6일부터 10만 원 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해 13일엔 한 때 개당 0.031원까지 떨어졌다. 일주일새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씨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자매코인인 테라USD와 함께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두 코인은 서로 독특한 구조로 연결돼 있다. 테라는 개당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이다.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고, 1달러를 웃돌면 테라로 루나를 사들여 소각시키는 구조다. 루나는 테라의 1달러 가치 고정을 위해 연계된 자매코인인 셈이다. 투자자가 테라를 예치하면 루나로 바꿔주면서 최대 20%의 이율을 약속하는 방식도 적용됐다.
이런 구조를 놓고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지 않는 '폰지 사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두 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루나는 한 때 시가총액이 50조 원에 달했고, 테라의 시가총액도 23조 원을 웃돌며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위축세 속에서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가격 회복을 하지 못하면서 루나의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날 오전 기준 테라의 가치는 개당 0.19달러, 시가총액은 6조 원 수준으로 바닥을 찍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던 상위 코인의 급격한 추락은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루나 현물 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상장 폐지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