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예상된 결과이나 민주당은 참패했다. 바뀐 것이 없는데 변할 리 없다. 성적 결산을 한다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결과와 거꾸로 된 판박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경기·호남지역 광역단체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서 싹쓸이했다. 시장, 구청장, 광역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실시됐다. 애당초 대선에서 패한 정당은 쓰나미처럼 떠밀려 갈 수밖에 없는 구도의 선거였다.
민주당은 대선서 패배하고 반성과 쇄신을 아예 등한시했다. 성찰은 온데간데없이 느닷없이 정권 말기 검찰 수사권 조정을 들고나오더니 40일간 국회에서 자신의 힘만 과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아무리 다수 의석을 가졌다 한들, 정권교체로 행정 권력을 장악한 새 정부가 `법 기술`을 부리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 구조다.
민주당은 쇄신하고 반성했어야 했다. 물론 그 쇄신과 반성은 리더십과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한. 두 달 어간 사이에 정리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선서 졌으므로 혼란은 당연했고 그 방식은 쇄신과 반성을 시작해야 했었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대홍수라는 재앙을 내렸다. 하지만 6.1 지방선거 결과는 한편으로 몹시 놀랍고 의미심장하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2군데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일방적 KO승을 거뒀는지는 논쟁적이다. 성적 결과로만 본다면 여당은 `수우미양가`에서 `수`라는 최고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내용적 측면서 분석해 보면 `유쾌한 승리`라고 규정할 수 있을지 시각에 따라 다르다. 특히 김은혜 후보의 낙선은 여당에 뼈아프다. 유승민 후보까지 밀어내면서 이른바 윤심으로 밀어붙인 공천이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0.9%에 불과했다. 유권자 절반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치다. 국민 절반은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단체장 수에서는 압승했지만, 충청 등 중요 결전 지역서 여야 간 대결이 아주 치열했고 접전 양상이었다. 서울서도 예전보다 격차가 줄었다. 여당이 성적으로는 압승했지만 내용적으로 압승했다고 판단할지에 대해 해석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번 선거가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됐고, 대선으로 `진공 상태`에 빠진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나 중도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그렇다.
상대적으로 미래가 없어 보였던 민주당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던져준 셈이 됐다. 이재명은 체면을 구겼지만 살아남았고 경기도지사 선거서 신승했다. 두 가지 메시지를 던져준다. 하나는 민주당을 개혁할 기회를 이재명에게 부여해 준 것이다. 그리고 정치를 변화시키는 정당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대홍수 속에 있지만 방주는 마련된 셈이다. 지금부터 민주당은 쇄신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쇄신 방향은 실력과 능력이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형편없는 실력으로 무력하고 초라했다. 당의 강성 의원들은 `감정과 적개심`만 표출했지,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실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팬덤정치에 기대 `감정분출`만 앞세우는 정치를 종말시켜야 한다. 그들은 국민의 가슴을 뚫어주기 위해 고민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 특히 `나만 옳다`는 주관적 감정털이에 집중한다.
두 번째는 정권에 주는 `불안한 사인`이다. 굳이 경고라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방향`을 주는데 실패하고 있다. 법무부. 검찰 권한만 잔뜩 강화했지 `검찰 통치`로 정치를 주도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또한 김건희 여사 문제라든지 국민의 감정선을 터치하는 이슈에서 견제와 균형원리가 작동할 수 있을지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향후 정국에서 `변동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또 하나, 이번 선거 큰 특징으로 진보 정치의 정치적 소멸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10%까지 국민 지지를 얻었던 정의당은 절멸하다시피 했다. 아쉽게도 진보 정치가 토대를 잃고 양당 체제로 복속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정치에서 노동에 기반한 정치가 생존 가능한지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노동 조건이나 환경이 격변하여 노동에 기반한 정당이 다양한 노동자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또는 어떤 식으로 진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 큰 숙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선거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당은 반드시 국민 심판을 받게 돼 있다. 지난 선거들은 그 역사의 결과를 낱낱이 새겨두고 있다. 연거푸 실시된 큰 선거가 이제 정리됐다. 여야는 제각각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민심을 위해 대결할 의제는 대결하고 합의할 의제는 합의를 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여당이 `검찰 정치`에 의존하고 야당은 `감정팔이 정치`에 계속 전념할 때 그 다음 심판은 반드시 처절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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