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무인점포에서 16차례에 걸쳐 라면 등 음식과 생활필수품을 훔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배가 고파서 가져갔다"며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열악한 환경에서 남편과 어려운 생활을 이어간 사연을 접한 뒤 사비로 라면을 구매해 전달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부산에서 생활고를 겪던 여성이 무인점포에서 라면과 생활필수품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라면과 생활필수품 등을 전달했다.
22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달 초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무인점포에서 물품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진서 소속 형사들은 현장 CCTV를 통해 한 여성이 물품을 가져가는 장면을 봤다. 이 여성은 일주일 동안 16차례에 걸쳐 8만 원 상당의 물품을 몰래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 끝에 물건을 훔쳐 간 A(50대·여)씨의 신원을 파악한 뒤 검거를 위해 주거지로 향했다. 하지만 주거지에 다다른 경찰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A씨와 남편 B(60대·남)씨가 사는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이다.
A씨 부부가 사는 곳은 여인숙을 개조한 고시원이었다. 한겨울이었지만 난방도 되지 않아 냉기가 감돌았다. 제대로 된 가재도구나 음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사 결과 A씨 부부는 4년 전부터 고시원에서 열악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을 찾아온 형사들에게 A씨는 "배가 고파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수사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확인한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라면과 생활필수품을 사비로 구입해 A씨에게 전달했다. 또 해당 지자체에 A씨 부부의 사연을 알렸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담당 형사들이 직접 라면을 사서 피의자들에게 전달했다. 피의자들은 잘못을 인정하며 형사에게는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며 "사정이 딱한 것은 알지만, 물건을 가져간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에 법적인 절차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