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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에 강할 투수들" 뽑았다더니…WBC가 남긴 건 좌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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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한국 야구. 연합뉴스고개 숙인 한국 야구. 연합뉴스
2023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는 비교적 무난해보였다. 한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홈팀 일본. 나머지 세 자리는 호주, 체코, 중국이 채웠다.

미국의 야구전문 매거진 베이스볼아메리카는 대회를 앞두고 20개 참가국의 전력을 평가하면서 일본을 2위에, 한국을 7위에 각각 올려놓았다. 호주, 체코, 중국은 나란히 18, 19, 20위에 자리했다. 한국과 일본의 8강 진출은 유력해보였고 관심은 두 나라가 펼칠 조 1위 결정전에 쏠렸다.

체코는 전업 야구선수가 많지 않은 야구 변방, 중국은 축구보다도 야구를 못하는 나라다. 사실상 호주만 잡으면 한일전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8강 진출이 가능한 조 2위를 차지할 것처럼 보였다.

이강철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월4일 WBC 엔트리를 발표할 당시 남겼던 말을 돌아보면 이 같은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강철 감독은 "땅볼 유형의 투수를 많이 뽑았다. 호주전에 강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스윙 궤도에 맞춰서 (낙차 큰) 변화구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 일단 첫 라운드를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뽑았다"고 말했다.

당시 호주전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첫 경기다. 일단 그 경기를 이겨야 일본전에 편하게 임할 수 있다. 일정이 뒤에 있었으면 포커스를 맞추기 쉽지 않았을 텐데 마침 호주전이 첫 경기라 전력을 다할 상황이 된다. 굉장히 좋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호주와 경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최상의 경기 일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호주에 7-8로 졌다.

그동안 호주는 약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무대를 꾸준히 밟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네 차례 대회에서 2승10패에 그쳤다. 단 한번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은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했다. 1라운드 최대 고비였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대회 전부터 이 같은 계획과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예고한대로 호주전에 '올인'했는지는 의문이다. 중요한 흐름 싸움에서 김광현, 양현종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구상에 그쳤다. 다음날로 예정된 일본전을 염두에 둔 마운드 운영이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은 호주전 패배로 큰 부담을 안게 됐고 다음날 펼쳐진 한일전에서 4-13으로 크게 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리고 호주가 13일 체코를 잡고 1라운드를 3승1패로 마치면서 한국의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한국 야구가 원했던 시나리오를 호주가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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