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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의 시계는 4강을 향해…창원 LG, 전율의 성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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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이관희와 조상현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BL창원 LG 이관희와 조상현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BL
창원 LG는 작년까지 암흑기를 겪었다. 김종규, 김시래, 조성민이 함께 뛰었던 2018-2019시즌에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해냈고 최근 3시즌 연속 봄 농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최하위의 굴욕도 경험했다.

LG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조상현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KBL 사령탑 경험은 없지만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LG에는 정상급 가드 이관희와 이재도, 경쟁력 있는 빅맨 김준일이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선수층은 그리 두텁지 않다는 평가였다. 개막 전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창원의 송골매 군단은 대반전을 연출했다. 4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4년 이후 9년 만에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LG는 29일 오후 창원스포츠파크 실내농구장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홈 경기에서 97-88로 승리,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하며 4강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LG는 시즌 전적 36승18패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같은 날 원주 DB를 꺾은 서울 SK와 전적이 같지만 타이브레이커 규정에 따라 LG가 2위로, SK가 3위로 결정됐다.

조상현 감독의 쌍둥이 형제 조동현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는 LG를 큰 점수차로 꺾는다는 전제 아래 SK가 패할 경우 2위 탈환의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LG는 현대모비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자력으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결정했다.

놀랍게도 약점이라 불렸던 선수층의 두께는 LG의 강점이 됐다. 조상현 감독은 기회를 갈구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선수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선수단 가용폭을 넓혔다.

정희재는 포워드 라인의 주축 중 한 명으로서 시즌 3점슛 성공률 39.7%를 기록하며 팀에 공헌했다. 수비가 필요할 때는 윤원상과 정인덕이 코트에 나가 제 몫을 했다. 필리필 출신의 저스틴 구탕은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하는 새로운 무기가 됐고 트레이드로 영입된 임동섭과 부상으로 뒤늦게 데뷔한 1순위 신인 양준석은 막판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창원 LG의 슈퍼 백코트 이관희와 이재도. KBL창원 LG의 슈퍼 백코트 이관희와 이재도. KBL필사적으로 수비하는 창원 LG 김준일과 저스틴 구탕. KBL필사적으로 수비하는 창원 LG 김준일과 저스틴 구탕. KBL아셈 마레이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골밑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특유의 리바운드 장악력에 동료의 플레이를 돕는 능력이 더해지면서 위력이 커졌다. 단테 커닝햄은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임에도 자신의 경력과 이름값을 내세우지 않고 팀에 헌신했다. 특히 트랜지션 상황에서 LG를 더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조상현 감독은 선수 로테이션을 폭넓게 활용했다. 자신의 기준에 부합해야 코트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했다. 이관희는 시즌 초반 팀의 간판임에도 승부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이 같은 방침은 모든 선수들에게 영향을 줬다. 이관희는 강한 자극을 받았고 결국 이겨냈다.

시즌 중반 "4쿼터는 나의 시간이니까 나를 빼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관희의 시계 세리머니가 화제를 모았다. 조상현 감독은 "아직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농담으로 받아쳤다. 어쩌면 예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주고 받는 게 가능했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과 선수들의 관계가 끈끈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임재현, 김동우, 박유진 코치로 구성된 코칭스태프는 격의 없는 소통과 조언으로 조상현 감독과 함께 팀을 잘 이끌었다.

이처럼 단기간에 강팀의 자격을 갖춘 LG의 저력은 2위가 걸린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창원 LG 이관희의 시계 세리머니. KBL창원 LG 이관희의 시계 세리머니. KBL결정적인 순간 화려하게 빛난 창원 LG 단테 커닝햄. KBL결정적인 순간 화려하게 빛난 창원 LG 단테 커닝햄. KBL
최근 장재석과 이우석이 부상에서 복귀한 현대모비스는 풀전력으로 LG에 맞섰다. 경기 초반 10점 차로 앞서나갔지만 LG는 이관희의 활약으로 경기 양상을 대등하게 만들었다.

LG는 2쿼터 10분 동안 현대모비스를 31-15로 압도해 주도권을 잡았다. 쿼터 막판 아셈 마레이의 부상 아웃이라는 큰 변수가 발생했지만 8득점에 3스틸을 해낸 이관희, 11득점을 몰아넣은 김준일 그리고 커닝햄의 활약으로 우위를 점했다.

LG는 마레이 없이 후반에 나섰다. 현대모비스의 추격이 거셌지만 LG는 잘 버텼다. 커닝햄이 팀 득점을 주도했고 이관희는 3쿼터에만 어시스트 3개를 해내며 기여했다.

커닝햄과 김준일의 4파울 변수가 있었지만 LG는 4쿼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관희와 커닝햄으로 구성된 원투펀치가 코트를 지배했다. 이재도는 종료 3분47초 전 점수차를 12점으로 벌리는 3점슛을 터뜨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했다.

탄탄한 선수층에서 비롯되는 LG의 강점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커닝햄은 마레이의 후반 공백을 메우며 올 시즌 개인 최다인 30득점을 몰아넣었다. 이관희는 26득점 8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다. 4쿼터 초반부터 시계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준일은 15득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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